건축가 인터뷰
▍건축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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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원석 건축가
채원석 건축가
@offground_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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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 어렴풋이 스며있는 공통 분모,
독일의 도시건축"
"건축에 어렴풋이 스며있는 공통 분모,
독일의 도시건축"
건축가 소개
건축가 소개
건축가 채원석은 유럽 최고 미술대학 중 하나인 슈테델슐레(Städelschule)에서 건축과(Architecture Class)를 수석으로 졸업(2014-2016)하고 현재, 독일 부퍼탈대학(Bergische Universität Wuppertal)에서 건축과 조교수로 활동하고 있다(2018-현재). 그는 학생들과 꾸준한 협업을 통하여 건축의 형태언어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스튜디오 오프그라운드(studio off-ground)를 통하여 실제 건축 실무 프로젝트에도 적용하기 시작하여 최근 활동 범위를 학업에서 실무로 넓히고 있다.
건축가 채원석은 유럽 최고 미술대학 중 하나인 슈테델슐레(Städelschule)에서 건축과(Architecture Class)를 수석으로 졸업(2014-2016)하고 현재, 독일 부퍼탈대학(Bergische Universität Wuppertal)에서 건축과 조교수로 활동하고 있다(2018-현재). 그는 학생들과 꾸준한 협업을 통하여 건축의 형태언어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스튜디오 오프그라운드(studio off-ground)를 통하여 실제 건축 실무 프로젝트에도 적용하기 시작하여 최근 활동 범위를 학업에서 실무로 넓히고 있다.
Studio off-ground 대표 (2023~현재)
Universität Wuppertal 조교수 (2018~현재)
Studio GA München, 건축디자이너 (2016-2017)
Städelschule Architecture Class(SAC) 석사
Studio off-ground 대표 (2023~현재)
Universität Wuppertal 조교수 (2018~현재)
Studio GA München, 건축디자이너 (2016-2017)
Städelschule Architecture Class(SAC) 석사


이력/활동
이력
독일 건축캠프 건축가이드 (2023-2024)
중부유럽 건축캠프 건축가이드 (2026)
페이퍼그라운드 건축전 <Taxidermy> (2024)
독일 건축캠프 건축가이드 (2023-2024)
중부유럽 건축캠프 건축가이드 (2026)
페이퍼그라운드 건축전 <Taxidermy> (2024)
Q.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독일 부퍼탈 대학교 (Bergische Universität Wuppertal) 에서 건축 디자인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건축가입니다. 최근에는 사적으로 지역에 공공기관과 협력을 하기 시작하여 오프그라운드 (off-ground)라는 홈페이지도 없는 디자인 그룹을 결성하여, 건축 리모델링 및 신축에 참여를 하고 있습니다.
Q. 한국과 독일 양국에서 건축가 및 교육자로서 활동을 하셨는데요. 한국과는 다른 독일 도시건축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한 사람의 좁은 경험에 견주어 봤을 때, 건축 및 도시 디자인의 가치에 대한 논의가 더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이 뜻은, 먼저, 건축 및 도시의 디자인이 아니라 디자인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새롭고 멋진 혹은 문화적으로 유행하는 디자인 자체보다, 건축의 공간, 형태, 건축 설계 과정 전반의 가치 평가가 담론으로 자연스레 이어집니다.
가장 최근 이러한 담론으로는 지속가능한 혹은 친환경 건축에 대한 변화하는 시선을 사례로 들 수 있습니다. 21세기 건축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제를 고르라고 하면, 아마 지속가능한 건축이 순위권에 들 겁니다. 요즘 독일에서는 이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를 다행히도 너무 늦지 않게 꿰뚫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 지속가능성이라는 장르가 건축에서 여러 건축 공정 및 완공 후 관리까지 건물 전반에 걸친 생애 주기를 다루기는 하지만, 독일은 최근까지 그 적용하는 정도가 상당히 맹목적이었습니다. 노르웨이나 덴마크 같은 북유럽에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죠. 아마 한국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속 가능성이라는 의미는 당연히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지속가능성을 표방하는 건축이 생산하는 형태 및 이미지, 그리고 그 맹목성에 의문을 품는 건축가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합니다. 다른 말로는, 지속가능성 및 친환경이라는 단어가 제한하는 건축 디자인 시장의 획일화, 디자인의 오류 및 절차의 병폐 등을 꼬집기 시작한 것이죠.
Q. 독일에서 건축가의 사회적 지위 혹은 영향력은 한국과 무엇이 다를까요?
요즘은 조금 덜하긴 한 듯하지만, 종종 집 문패에 타이틀이 붙는 경우는 이름 앞에 Dr. / Prof. / Architect. 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유럽 전반에 걸쳐 직업이 사회적 지위에 영향력을 주는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명예 타이틀처럼 보입니다. 저 위의 세 가지 타이틀은 오히려, 사회적으로 사람들이 기피하는 직업군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긴 공부 기간과 과중한 업무가 요구되는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독일에서 건축가는 사회적으로 영향력은 없지만, 똑똑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고 존중 정도는 받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저런 타이틀들은 한국에서 더 사회적 지위 혹은 영향력을 내세우는 데에 쓰이지 않나요? 특히, 건축가라는 직업이 “건축사” 라는 자격증과 관련된 단어와 겹쳐지면 말이죠. 독일에는 한국에서와 같은 건축사 자격증 시험 제도가 없습니다. 법적으로 자격증은 맞지만 “협회 가입” 정도가 딱 알맞은 말이겠네요. 독일에서 건축사 자격증은 80시간 세미나를 수강하면 나오는 수료증 및 연금 혜택을 받기 위한 서류 정도입니다. 물론, 신청하기 앞서, 대학 교육 인증, 각종 설계 단계 경험 인증 및 여러 가지 경력을 확인합니다만 (경력 확인이 굉장히 철저합니다.), 사무실 준비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사무용 자격증이기도 합니다. 매년 의무적으로 세미나를 몇 회 이상 수강을 해야 자격증이 유지되죠. 한국에서 독일 건축사라고 하면 대단하다고 하겠지만, 정말 따지고 들면, “독일에서 몇 년부터 몇 년까지 어느 지역 건축사 협회에 가입했다.” 정도로 기입해야 정확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굳이 한국에 없는 개념을 오픈하는 건축가는 드물 것 같군요.
여기서 좀 더 확대하면, 독일이 워낙 언어적, 지리적, 문화적으로 한국과 거리가 멀어서 정보가 기타 영미권 나라처럼 투명하지 않다 보니, 독일에서의 여러 실무 및 학계의 커리어가 한국에서의 사회적 지위 혹은 영향력으로 확대 심지어 어떤 경우는 거짓 포장되어 홍보되어 회사나 대학에 취업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아무리 21세기 정보화 시대이지만, 건축 설계가 워낙 한국과 교류가 없다 보니 생기는 일인 듯합니다.
Q. 건축학교 커리큘럼에서도 차이가 있나요?
독일은 학부 3년제입니다. 3년이 지나면, 독일 대학 본연의 특징인 연구 중심의 석사 과정을 본격적으로 밟습니다. 유럽 연합이 제공하는 에라스무스 (Erasmus) 같은 제도는 학부 졸업생들한테 다른 유럽에서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합니다. 3년이 학사 후 기본 한 학기에서 1년 정도의 다른 나라로의 교환 학생을 많이 합니다. 다른 나라 언어와 문화, 그리고 실무를 익히는데 상당히 용이합니다.
물론, 무상 교육이 주는 특이함이 더해집니다. 이것은 건축뿐만이 아니라 다른 학부들도 똑같습니다. 무상 교육에 상당히 큰 책임감을 부여합니다. 일단, 대학은 학생들 입학 정원에 따라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그 지원금의 유무가 학기 당 큰 등록금을 내는 사립 시스템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한 규모이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의 대학 제도와는 달리 학생이 고객이 아닙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꽤 심도 있는 과제를 부여하고 보통 최소한의 관리를 합니다. 어지간한 공부 열정이 없으면 따라가기 어려운 제도입니다. 혼자 해보고 포기하면 학교를 나가든지, 교수에게 집요하게 괴롭혀서 열정을 보이든지 둘 중 하나입니다. 학사 1년 첫 번째 학기가 지나면 학생 수의 3분의 1이 사라집니다. 같은 과목 3번 낙제를 하면 대학 자체에서 쫓겨나서 독일 내 건축학 대학교를 입학할 수 없습니다. 물론 전문대 혹은 직업학교의 건축과를 입학할 수는 있습니다.
독일 학생들은 거의 대부분이 공부와 실무를 병행합니다. 의지와 실력에 차이로 시작 시기는 다를 수 있으나, 대부분 학생들은 대학 입학과 동시에 독립을 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최소 1-2일 정도 실무를 해야 합니다. 학부 졸업 조건 역시 보통 3개월 건설 현장에서의 실무를 의무로 합니다. 석사 졸업 조건 역시 6개월 풀타임 설계 사무실 실무 경험을 의무로 합니다. 실무와 강도 높은 공부 병행은 절대 쉽지 않습니다. 대학 건축 공부에서 실무로의 연결이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대학 교육이 실무 뒷받침만 하는 곳이 아닙니다. 한편으로는 설계 세미나와 스튜디오에서 실무를 시뮬레이션하는 경우는 꽤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건물 디테일 단면 및 재료 연구를 보면, 스튜디오와 건물 자재 회사 및 지역 개발 회사와 함께 리서치를 진행하면서 상당히, 세밀한 플래닝을 이끌어 내기도 합니다. 반대로, 이러한 영역이 어디까지나 실재가 아닌 시뮬레이션이라는 것을 인지하면서 건축의 표현 영역을 넓히기도 합니다. 제 학사 시절에 상당히 중시했던, ”주차장 기둥이 몇 미터 간격에 화장실 칸막이가 최적화되어…” 이런 논의는 하지 않습니다. 이런 건 실제 실무에 나가서 그 지역 규격에 맞춰서 그냥 따라 하면 되는 겁니다.
Q. 그럼 독일 건축캠프의 건축가이드를 맡으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한국 건축가 (학생, 실무자, 학자) 들과도 소통을 시도하고 싶었습니다. 근 10년간, 영어, 독일어권 내의 실무, 학계 내에서 통용되는 디자인, 언어 및 기타 콘텐츠로 건축을 이야기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재, 한국의 건축 담론과 공통점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느껴졌고, 어라운드 트립의 건축 캠프를 통해서 소통을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독일 건축 캠프에서 저의 역할은 인터넷에서 나오는 사실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담론을 이끌어 내고 싶었습니다. 이런 담론 형성이 몇 번의 캠프로 형성될 거리는 아니지만, 제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어라운드 트립의 건축 캠프는 그 시발점으로 최적의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담론이라는 것이 유명한 건축 이론가들에 의해서 만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남녀노소 구분 없이 건축이라는 매개체를 두고 비평이라는 것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을 쌓아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축 담론 문화에는 비평을 통한 훈련이 상당히 필요한 듯합니다. 제가 경험한 독일 혹은 유럽의 토론 자리에서 한국처럼 연장자 혹은 직장 상사 우대하는 문화를 찾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어리고 경험이 부족해도 발언권이 자연스럽게 주어지고, 비판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힘의 우위에 있는 사람의 의견으로 토론의 방향이 결정되기보다, 아이디어와 지식, 의견 등을 소재로 쌓아 나가는 담론의 자리입니다.
예를 들어, 저희 부퍼탈 대학교에서는 모든 건축과 연구실: 구조, 설계, 시공, 설비, 조경 등 모든 연구실의 교수진과 석사생이 한 학기에 두 번씩 모여서 포럼을 합니다. 혹시, 경험해 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떨 때는 차라리 건축 모르는 사람이랑 건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매끄럽게 느껴질 정도로, 건축의 각 다른 부문을 맡고 있는 전문가들끼리 만나서 상대방의 공부를 비평하기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건축 안에서 서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다르니, 본인의 아이디어를 설득시키는 것과 상대방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각 석사생 그룹은 그들이 속한 세미나 혹은 스튜디오의 석사 연구 진행 상황을 20분 안에 발표하고 20분에 걸쳐서 객석에 앉은 교수진과 다른 석사생 그룹들과 열띤 토론을 합니다. 이때, 교수진 혹은 학생들 사이에 위계가 없이 자유로운 토론을 합니다. 물론, 아무리 석사생이지만, 전문 지식이 부족하여 지식의 힘으로 토론에서의 우위를 교수에게 빼앗길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지식에 입각한 토론이기 때문에 학생들과 교수진이 서로 아주 치열하게 반박의 반박을 이어갑니다. 어라운드 트립 건축 캠프도, 밤마다 삼삼오오 모여서 가끔 이런 치열함을 참신하고 기분 좋게 나누는 모습을 봤습니다.
Q. 사람들에게 독일 도시건축의 어떤 면을 보여주고 싶으셨나요?
별개의 건축물보다는 선택된 여러 건축물들에 어렴풋이 스며있는 공통 분모 즉, 건축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18-20세기의 공통적 컨텍스트인 거대한 산업화 단지 안의 기괴한 구조, 이에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의 경외감으로 압도하는 성당의 카리스마, 19-20세기 부유했던 시대를 대변하는 하지만, 독일스럽게 변모한 아르누보, 아르데코 주택들, 동네의 크고 작은 공장들 등은 현재 중부 독일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건축들입니다.

▲ 마리엔돔 가톨릭 성지 성당
독일 중부 여행에서 정말 여러 건축물들이 손에 꼽히지만, 그래도 그중에서 하나만 고르라면 펠베어트 (Velbert) 에 있는 1968년에 완공된 고트프리트 뵴 (Gottfried Böhm) 건축가의 마리엔돔 (Mariendom) 가톨릭 성지 성당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중부 독일 곳곳에 병풍처럼 들어서서 스러져가는 산업 단지의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듯하지만, 복잡한 기계적 디테일이 섬세하게 눈에 띄는 형태와 마감은 독일의 독특한 부루털리즘(Brutalism) 이라고 불리우는 장르가 발전하는 데에 큰 영향을 준 듯합니다.
한편, 부르털리즘은 유럽에서 제 2차 세계 대전 이후 도시 재건 시 영국에서 먼저 생겨난 스타일입니다. 값비싼 마감재를 제외하고도 그 미학적 특질을 뽐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1969년, 영국 건축가 레이너 벤햄 (Rayner Banham) 의 “신 부루털리즘 (New Brutalism: Ethic or Aesthetic?)” 을 보면, 세계 대전 후 어려운 상황을 배경으로 생겨난 스타일은 건축의 부루털리즘이 심미학과 윤리학 사이에 어디인가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혼동이 올 정도로 건축의 기능성, 솔직함, 절제성, 기하학적 단순함, 또한 경제성 등을 최고의 가치를 그 중심에 두고 있었습니다. 마리엔돔은 건축 미디어에 다른 유럽의 건물들과 함께 부루털리즘 건물로 종종 소개가 되곤 합니다. 하지만, 이 건물을 부루털리즘 건축이라고 칭하기에는 어딘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사실, 이 건물은 관광지에 있지 않기 때문에 개인 여행자들이 경험하기는 꽤 어려운 건물입니다.
먼저, 앞서 간단하게 묘사한 마리엔돔의 형태가 기능성 혹은 기하학적 단순함과는 아주 거리가 먼 조형물입니다. 불규칙한 다각형의 형태가 건물 외부와 내부에 엉겨 붙어 내부와 외부 혹은, 명확한 공간 구조 구분조차 상당히 애매한 형태입니다. 그러나 건축 형태에서의 부분과 부분, 그리고 부분과 전체 각각의 조화가 건물의 전체 공간 구조에서 디테일 즉, 창문-틀, 스테인드 글라스, 문 손잡이까지 흐르는 독특한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마감입니다. 때때로는 부루털리즘이 단순히 표면 질감의 상태만 가지고 판단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원래, 부루탈리즘이라는 단어 자체는 1949년 스웨덴 건축가 한스 아스플룬트 (Hans Asplund) 가 스웨덴의 웁살라 (Uppsala) 라는 지역의 빌라 굣 (Villa Göth) 을 묘사하면서 제일 처음 사용했다고 합니다. 또한, 부루털리즘 어원도 노출 콘크리트: 프랑스어 “béton brut”, 독일어 “beton brut” 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거칠고 투박한, 혹은 후처리가 되지 않은 노출된 건물의 구조를 두고 일컫는 것입니다.
하지만, 마리엔돔의 노출 콘크리트 표면은 굉장히 부드럽고, 따뜻하며 마치, 매끄럽게 갈라진 벚나무나 자작나무의 표면을 연상시킵니다. 건물에서 은은한 나무 향기가 날 것만 같은 질감이지요. 미디어에서 묘사하는 단순한 부루털리즘 너머의 아주 섬세하고 다양한 형태와 따뜻함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Q. 독일건축캠프의 코스는 아니었지만, 언젠가 건축가님께서 꼭 소개하고 싶은 건축물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독일 남부 바바리아 (Bavaria) 주 언저리에 종종 발견되는 독특한 형태의 후기 바로크 혹은 로코코 양식을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제가 건축 역사학자가 아니라 건축가라는 점을 명시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 청개구리 건축가로 소개되고 있는 제가 의도치 않게 역사적 사실을 곡해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하하하. 제가 알고 있는 이러한 건축물들끼리 거리가 좀 있기 때문에 어떤 여행 상품으로 개발되는 것이 조금 어려워 보이긴 합니다. 이 독일 남부 혹은 오스트리아 북부 지방의 로코코 양식의 건물들은 유럽 역사에서 종종 언급되는 프랑스부터 이탈리아 남부까지 걸친 진짜배기들이 아닌, 독특하게 독일화 한 가짜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이 가짜가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을 가지고 있죠.
초록, 빨강, 연분홍 등등… 의 화려한 색상으로 수놓아진 뽀얀 천연 대리석…이 아니라, 가까이서 보면 한땀 한땀 붓으로 그린 가짜 대리석의 지층 패턴 혹은, 건물의 기둥이 기단에서 분리가 되어 있는데, 위로 올라가면서 합쳐졌다가, 천장 구조로 가면 또 다른 구조랑 붙기도 혹은 나뉘기도 하고, 간혹 가다가는 중간 중간에 구멍도 뻥 뚫리기도 하는 건축의 요소들이 각종 장식물과 벽화가 어우러져 건축의 형태와 공간의 경계가 뒤죽박죽되는 독특한 건축 언어가 있습니다.

▲ 비스 순례자 교회 (Wallfahrtskirche Steinhausen / Wieskirche)
한 예를 들면, 비스 순례자 교회 (Wallfahrtskirche Steinhausen / Wieskirche) 는 유럽 내에서 가톨릭 성지 중, 손꼽히는 성당입니다. 어쩌다 보니 마리엔돔에 이어서 다른 가톨릭 성지를 소개해 드리고 있는데요. 이 건축물은 1754년 형, 요한 밥티스트 찜머만 그리고 동생, 도미니쿠스 찜머만 형제에 의해 (Johann Baptist und Dominikus Zimmermann) 만들어졌습니다. 둘 다 폴리멧 (Polymath) 이었습니다. 즉, 여러 가지에 능통한 종합 예술가였습니다. 형인 요한은 주로 장식과 벽화를 맡고, 동생인 도미니쿠스는 건축 전반을 맡아서 작업을 했습니다. 건물 재료가 벽돌, 시멘트가 아니라 독특하게 목조로 되어 있어서 자유로운 변형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비스 순례자 교회는 이들이 한 여러 건물들 중 대표작으로 종종 소개가 되곤 합니다. 일반적으로 독일의 로코코 양식으로 소개가 되곤 하는데, 제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 형제가 만든 여러 건물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정통성에서 살짝 빗겨 난 기형 혹은 가짜 로코코의 모습들입니다. 저는 이러한 한 발짝 빗겨 난 건축이 디자인의 진보와 발전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것들을 반복하는 것도 혹은, 첨예하게 다르거나 새로운 것도 아닌, 기존의 건축 형태 언어를 비판적으로 읽고 새롭게 조합 및 변형하는 디자인이 서양 건축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석사 2년에 우연히 독일의 로코코 양식에 빠져서 이 비스 순례자 교회는 저의 석사 졸업 작품의 주요 레퍼런스가 되었습니다. 졸업 후, 뮌헨에서 1년간 살면서, 주말마다 독일 남부에 퍼져 있는 이 찜머만 형제의 작품을 답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 작품 한 작품 방문할 때마다 읽히는 형태의 언어들이 아주 감동적이었습니다. 근데, 저는 이 형제들의 작업을 찾아다니면서 우리나라의 전통 건축이 소개되고 연구되는 방식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저는 한국 전통 건축에 대한 지식은 없다시피 하지만, 우리나라 전통 건축을 완벽한 비례, 다기능의 마당, 고요하고 우아한 분위기, 멋진 풍경 혹은 자연의 일부… 같은 프레임으로 소개하는 것은 한국의 전통 건축 형태의 그 현란함, 복잡함, 재료의 특이성 혹은, 공간의 다양성 등을 현시점에서 새로운 언어로 개발하는 것에 상당한 무리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찜머만 형제들도 전통적 언어에서 한발 비켜서서 수많은 건물을 만들면서 정통성에서 벗어났다는 비판의 소리를 감내하고 새로운 언어를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추후, 형은 뮌헨에 바바리안 왕궁 (Residenz München) 작업에도 참여하고, 동생은 바바리아에 한 도시 (Landesberg am Lech)에 시장까지 되었죠.
Q. 건축캠프를 통해 참가자분들이 어떤 가치나 경험을 얻기를 원하시나요?
건물의 배경에 깔린 건축을 읽고 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먼저 제가 이해하는 건축과 건축물의 차이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먼저 서양에서 건축은 담론이고 건축물은 그 담론의 매체 정도로 이해하는 것을 가끔 느낍니다. 건축과 건물 중 뭐가 먼저고 나중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건축과 건물의 차이에 대해서도 애매하게 인지하고 있는 듯합니다. 한국에는 건축학과 안에 건축 공학과 설계 모두 있듯이 말이죠. 하지만, 요즘 누구나 사용하는 “건물-정보-모델링” 소프트웨어인 BIM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이 왜 “건축-정보-모델링” (Architecture Information Modeling) 이 될 수 없는지 혹은, 왜 AIM 이 아니라, BIM 이라고 명칭을 했는지를 잘 생각해 봅시다. 독일 혹은 유럽에서 마주치는 건축이라는 단어가 주는 뉘앙스는 정량적으로 배포하는 스텐다드 요소의 집합체 혹은 정보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물며, 정량적 스탠다드 일지라도 그 안에 혹은, 그 너머에 있는 이야기 즉, 담론이라고 보여지는 것입니다.
건축 답사를 가면, 건물의 디테일, 재료, 구조 같은 기술적인 면에 먼저 눈이 가기 마련이지요. 미국의 최고 건축 비평가 중의 하나인 제프리 킵니스 (Jeffrey Kipnis) 는 건축가가 건물의 기술적 사항을 제일 효과적으로 습득하기 위해서는 아마도 동네 서점에 가라고 할 겁니다. 킵니스는 동네 서점에 비치된 건축 목수 전문 잡지 같은 것들만 공부해도 기술적으로 충분히 튼튼하고 아름다운 건물을 지을 수 있다고 종종 이야기했습니다. 혹은, 인터넷 검색을 조금만 해봐도 유명한 건축 작품의 텍스트나 이미지 정보, 혹은 도면 정보까지도 어느 정도 쉽게 구하고 공부할 수 있습니다. 혹시 원하시면, 이런 정보는 캠프 전에 보고 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캠프에서 답사를 하는 순간에는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는 기술적 혹은 사실적 정보보다는 본인의 눈으로 읽고 분위기로 느끼는 훈련을 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참가자분들이 건물에서 건축을 읽을 수 있는 하나의 장치로써의 필터를 제공하는 사람에 불과하죠. 본인이 직접 그 필터를 만들면, 아니면 캠프에서 같이 만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건물이라는 큰 크기의 조형물 및 그것이 감싸고 있는 공간에서 감동을 받고 느낌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그 감동과 느낌이 자기 것이 되려면 건물의 구석구석에 숨은 이야깃거리를 아주 부분적으로라도 찾아보세요.


Q.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독일 부퍼탈 대학교 (Bergische Universität Wuppertal) 에서 건축 디자인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건축가입니다. 최근에는 사적으로 지역에 공공기관과 협력을 하기 시작하여 오프그라운드 (off-ground)라는 홈페이지도 없는 디자인 그룹을 결성하여, 건축 리모델링 및 신축에 참여를 하고 있습니다.
Q. 한국과 독일 양국에서 건축가 및 교육자로서 활동을 하셨는데요. 한국과는 다른 독일 도시건축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한 사람의 좁은 경험에 견주어 봤을 때, 건축 및 도시 디자인의 가치에 대한 논의가 더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이 뜻은, 먼저, 건축 및 도시의 디자인이 아니라 디자인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새롭고 멋진 혹은 문화적으로 유행하는 디자인 자체보다, 건축의 공간, 형태, 건축 설계 과정 전반의 가치 평가가 담론으로 자연스레 이어집니다.
가장 최근 이러한 담론으로는 지속가능한 혹은 친환경 건축에 대한 변화하는 시선을 사례로 들 수 있습니다. 21세기 건축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제를 고르라고 하면, 아마 지속가능한 건축이 순위권에 들 겁니다. 요즘 독일에서는 이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를 다행히도 너무 늦지 않게 꿰뚫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 지속가능성이라는 장르가 건축에서 여러 건축 공정 및 완공 후 관리까지 건물 전반에 걸친 생애 주기를 다루기는 하지만, 독일은 최근까지 그 적용하는 정도가 상당히 맹목적이었습니다. 노르웨이나 덴마크 같은 북유럽에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죠. 아마 한국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속 가능성이라는 의미는 당연히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지속가능성을 표방하는 건축이 생산하는 형태 및 이미지, 그리고 그 맹목성에 의문을 품는 건축가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합니다. 다른 말로는, 지속가능성 및 친환경이라는 단어가 제한하는 건축 디자인 시장의 획일화, 디자인의 오류 및 절차의 병폐 등을 꼬집기 시작한 것이죠.
Q. 독일에서 건축가의 사회적 지위 혹은 영향력은 한국과 무엇이 다를까요?
요즘은 조금 덜하긴 한 듯하지만, 종종 집 문패에 타이틀이 붙는 경우는 이름 앞에 Dr. / Prof. / Architect. 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유럽 전반에 걸쳐 직업이 사회적 지위에 영향력을 주는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명예 타이틀처럼 보입니다. 저 위의 세 가지 타이틀은 오히려, 사회적으로 사람들이 기피하는 직업군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긴 공부 기간과 과중한 업무가 요구되는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독일에서 건축가는 사회적으로 영향력은 없지만, 똑똑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고 존중 정도는 받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저런 타이틀들은 한국에서 더 사회적 지위 혹은 영향력을 내세우는 데에 쓰이지 않나요? 특히, 건축가라는 직업이 “건축사” 라는 자격증과 관련된 단어와 겹쳐지면 말이죠. 독일에는 한국에서와 같은 건축사 자격증 시험 제도가 없습니다. 법적으로 자격증은 맞지만 “협회 가입” 정도가 딱 알맞은 말이겠네요. 독일에서 건축사 자격증은 80시간 세미나를 수강하면 나오는 수료증 및 연금 혜택을 받기 위한 서류 정도입니다. 물론, 신청하기 앞서, 대학 교육 인증, 각종 설계 단계 경험 인증 및 여러 가지 경력을 확인합니다만 (경력 확인이 굉장히 철저합니다.), 사무실 준비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사무용 자격증이기도 합니다. 매년 의무적으로 세미나를 몇 회 이상 수강을 해야 자격증이 유지되죠. 한국에서 독일 건축사라고 하면 대단하다고 하겠지만, 정말 따지고 들면, “독일에서 몇 년부터 몇 년까지 어느 지역 건축사 협회에 가입했다.” 정도로 기입해야 정확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굳이 한국에 없는 개념을 오픈하는 건축가는 드물 것 같군요.
여기서 좀 더 확대하면, 독일이 워낙 언어적, 지리적, 문화적으로 한국과 거리가 멀어서 정보가 기타 영미권 나라처럼 투명하지 않다 보니, 독일에서의 여러 실무 및 학계의 커리어가 한국에서의 사회적 지위 혹은 영향력으로 확대 심지어 어떤 경우는 거짓 포장되어 홍보되어 회사나 대학에 취업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아무리 21세기 정보화 시대이지만, 건축 설계가 워낙 한국과 교류가 없다 보니 생기는 일인 듯합니다.
Q. 건축학교 커리큘럼에서도 차이가 있나요?
독일은 학부 3년제입니다. 3년이 지나면, 독일 대학 본연의 특징인 연구 중심의 석사 과정을 본격적으로 밟습니다. 유럽 연합이 제공하는 에라스무스 (Erasmus) 같은 제도는 학부 졸업생들한테 다른 유럽에서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합니다. 3년이 학사 후 기본 한 학기에서 1년 정도의 다른 나라로의 교환 학생을 많이 합니다. 다른 나라 언어와 문화, 그리고 실무를 익히는데 상당히 용이합니다.
물론, 무상 교육이 주는 특이함이 더해집니다. 이것은 건축뿐만이 아니라 다른 학부들도 똑같습니다. 무상 교육에 상당히 큰 책임감을 부여합니다. 일단, 대학은 학생들 입학 정원에 따라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그 지원금의 유무가 학기 당 큰 등록금을 내는 사립 시스템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한 규모이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의 대학 제도와는 달리 학생이 고객이 아닙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꽤 심도 있는 과제를 부여하고 보통 최소한의 관리를 합니다. 어지간한 공부 열정이 없으면 따라가기 어려운 제도입니다. 혼자 해보고 포기하면 학교를 나가든지, 교수에게 집요하게 괴롭혀서 열정을 보이든지 둘 중 하나입니다. 학사 1년 첫 번째 학기가 지나면 학생 수의 3분의 1이 사라집니다. 같은 과목 3번 낙제를 하면 대학 자체에서 쫓겨나서 독일 내 건축학 대학교를 입학할 수 없습니다. 물론 전문대 혹은 직업학교의 건축과를 입학할 수는 있습니다.
독일 학생들은 거의 대부분이 공부와 실무를 병행합니다. 의지와 실력에 차이로 시작 시기는 다를 수 있으나, 대부분 학생들은 대학 입학과 동시에 독립을 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최소 1-2일 정도 실무를 해야 합니다. 학부 졸업 조건 역시 보통 3개월 건설 현장에서의 실무를 의무로 합니다. 석사 졸업 조건 역시 6개월 풀타임 설계 사무실 실무 경험을 의무로 합니다. 실무와 강도 높은 공부 병행은 절대 쉽지 않습니다. 대학 건축 공부에서 실무로의 연결이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대학 교육이 실무 뒷받침만 하는 곳이 아닙니다. 한편으로는 설계 세미나와 스튜디오에서 실무를 시뮬레이션하는 경우는 꽤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건물 디테일 단면 및 재료 연구를 보면, 스튜디오와 건물 자재 회사 및 지역 개발 회사와 함께 리서치를 진행하면서 상당히, 세밀한 플래닝을 이끌어 내기도 합니다. 반대로, 이러한 영역이 어디까지나 실재가 아닌 시뮬레이션이라는 것을 인지하면서 건축의 표현 영역을 넓히기도 합니다. 제 학사 시절에 상당히 중시했던, ”주차장 기둥이 몇 미터 간격에 화장실 칸막이가 최적화되어…” 이런 논의는 하지 않습니다. 이런 건 실제 실무에 나가서 그 지역 규격에 맞춰서 그냥 따라 하면 되는 겁니다.
Q. 그럼 독일 건축캠프의 건축가이드를 맡으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한국 건축가 (학생, 실무자, 학자) 들과도 소통을 시도하고 싶었습니다. 근 10년간, 영어, 독일어권 내의 실무, 학계 내에서 통용되는 디자인, 언어 및 기타 콘텐츠로 건축을 이야기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재, 한국의 건축 담론과 공통점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느껴졌고, 어라운드 트립의 건축 캠프를 통해서 소통을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독일 건축 캠프에서 저의 역할은 인터넷에서 나오는 사실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담론을 이끌어 내고 싶었습니다. 이런 담론 형성이 몇 번의 캠프로 형성될 거리는 아니지만, 제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어라운드 트립의 건축 캠프는 그 시발점으로 최적의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담론이라는 것이 유명한 건축 이론가들에 의해서 만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남녀노소 구분 없이 건축이라는 매개체를 두고 비평이라는 것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을 쌓아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축 담론 문화에는 비평을 통한 훈련이 상당히 필요한 듯합니다. 제가 경험한 독일 혹은 유럽의 토론 자리에서 한국처럼 연장자 혹은 직장 상사 우대하는 문화를 찾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어리고 경험이 부족해도 발언권이 자연스럽게 주어지고, 비판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힘의 우위에 있는 사람의 의견으로 토론의 방향이 결정되기보다, 아이디어와 지식, 의견 등을 소재로 쌓아 나가는 담론의 자리입니다.
예를 들어, 저희 부퍼탈 대학교에서는 모든 건축과 연구실: 구조, 설계, 시공, 설비, 조경 등 모든 연구실의 교수진과 석사생이 한 학기에 두 번씩 모여서 포럼을 합니다. 혹시, 경험해 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떨 때는 차라리 건축 모르는 사람이랑 건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매끄럽게 느껴질 정도로, 건축의 각 다른 부문을 맡고 있는 전문가들끼리 만나서 상대방의 공부를 비평하기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건축 안에서 서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다르니, 본인의 아이디어를 설득시키는 것과 상대방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각 석사생 그룹은 그들이 속한 세미나 혹은 스튜디오의 석사 연구 진행 상황을 20분 안에 발표하고 20분에 걸쳐서 객석에 앉은 교수진과 다른 석사생 그룹들과 열띤 토론을 합니다. 이때, 교수진 혹은 학생들 사이에 위계가 없이 자유로운 토론을 합니다. 물론, 아무리 석사생이지만, 전문 지식이 부족하여 지식의 힘으로 토론에서의 우위를 교수에게 빼앗길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지식에 입각한 토론이기 때문에 학생들과 교수진이 서로 아주 치열하게 반박의 반박을 이어갑니다. 어라운드 트립 건축 캠프도, 밤마다 삼삼오오 모여서 가끔 이런 치열함을 참신하고 기분 좋게 나누는 모습을 봤습니다.
Q. 사람들에게 독일 도시건축의 어떤 면을 보여주고 싶으셨나요?
별개의 건축물보다는 선택된 여러 건축물들에 어렴풋이 스며있는 공통 분모 즉, 건축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18-20세기의 공통적 컨텍스트인 거대한 산업화 단지 안의 기괴한 구조, 이에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의 경외감으로 압도하는 성당의 카리스마, 19-20세기 부유했던 시대를 대변하는 하지만, 독일스럽게 변모한 아르누보, 아르데코 주택들, 동네의 크고 작은 공장들 등은 현재 중부 독일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건축들입니다.

▲ 마리엔돔 가톨릭 성지 성당
독일 중부 여행에서 정말 여러 건축물들이 손에 꼽히지만, 그래도 그중에서 하나만 고르라면 펠베어트 (Velbert) 에 있는 1968년에 완공된 고트프리트 뵴 (Gottfried Böhm) 건축가의 마리엔돔 (Mariendom) 가톨릭 성지 성당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중부 독일 곳곳에 병풍처럼 들어서서 스러져가는 산업 단지의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듯하지만, 복잡한 기계적 디테일이 섬세하게 눈에 띄는 형태와 마감은 독일의 독특한 부루털리즘(Brutalism) 이라고 불리우는 장르가 발전하는 데에 큰 영향을 준 듯합니다.
한편, 부르털리즘은 유럽에서 제 2차 세계 대전 이후 도시 재건 시 영국에서 먼저 생겨난 스타일입니다. 값비싼 마감재를 제외하고도 그 미학적 특질을 뽐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1969년, 영국 건축가 레이너 벤햄 (Rayner Banham) 의 “신 부루털리즘 (New Brutalism: Ethic or Aesthetic?)” 을 보면, 세계 대전 후 어려운 상황을 배경으로 생겨난 스타일은 건축의 부루털리즘이 심미학과 윤리학 사이에 어디인가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혼동이 올 정도로 건축의 기능성, 솔직함, 절제성, 기하학적 단순함, 또한 경제성 등을 최고의 가치를 그 중심에 두고 있었습니다. 마리엔돔은 건축 미디어에 다른 유럽의 건물들과 함께 부루털리즘 건물로 종종 소개가 되곤 합니다. 하지만, 이 건물을 부루털리즘 건축이라고 칭하기에는 어딘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사실, 이 건물은 관광지에 있지 않기 때문에 개인 여행자들이 경험하기는 꽤 어려운 건물입니다.
먼저, 앞서 간단하게 묘사한 마리엔돔의 형태가 기능성 혹은 기하학적 단순함과는 아주 거리가 먼 조형물입니다. 불규칙한 다각형의 형태가 건물 외부와 내부에 엉겨 붙어 내부와 외부 혹은, 명확한 공간 구조 구분조차 상당히 애매한 형태입니다. 그러나 건축 형태에서의 부분과 부분, 그리고 부분과 전체 각각의 조화가 건물의 전체 공간 구조에서 디테일 즉, 창문-틀, 스테인드 글라스, 문 손잡이까지 흐르는 독특한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마감입니다. 때때로는 부루털리즘이 단순히 표면 질감의 상태만 가지고 판단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원래, 부루탈리즘이라는 단어 자체는 1949년 스웨덴 건축가 한스 아스플룬트 (Hans Asplund) 가 스웨덴의 웁살라 (Uppsala) 라는 지역의 빌라 굣 (Villa Göth) 을 묘사하면서 제일 처음 사용했다고 합니다. 또한, 부루털리즘 어원도 노출 콘크리트: 프랑스어 “béton brut”, 독일어 “beton brut” 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거칠고 투박한, 혹은 후처리가 되지 않은 노출된 건물의 구조를 두고 일컫는 것입니다.
하지만, 마리엔돔의 노출 콘크리트 표면은 굉장히 부드럽고, 따뜻하며 마치, 매끄럽게 갈라진 벚나무나 자작나무의 표면을 연상시킵니다. 건물에서 은은한 나무 향기가 날 것만 같은 질감이지요. 미디어에서 묘사하는 단순한 부루털리즘 너머의 아주 섬세하고 다양한 형태와 따뜻함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Q. 독일건축캠프의 코스는 아니었지만, 언젠가 건축가님께서 꼭 소개하고 싶은 건축물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독일 남부 바바리아 (Bavaria) 주 언저리에 종종 발견되는 독특한 형태의 후기 바로크 혹은 로코코 양식을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제가 건축 역사학자가 아니라 건축가라는 점을 명시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 청개구리 건축가로 소개되고 있는 제가 의도치 않게 역사적 사실을 곡해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하하하. 제가 알고 있는 이러한 건축물들끼리 거리가 좀 있기 때문에 어떤 여행 상품으로 개발되는 것이 조금 어려워 보이긴 합니다. 이 독일 남부 혹은 오스트리아 북부 지방의 로코코 양식의 건물들은 유럽 역사에서 종종 언급되는 프랑스부터 이탈리아 남부까지 걸친 진짜배기들이 아닌, 독특하게 독일화 한 가짜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이 가짜가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을 가지고 있죠.
초록, 빨강, 연분홍 등등… 의 화려한 색상으로 수놓아진 뽀얀 천연 대리석…이 아니라, 가까이서 보면 한땀 한땀 붓으로 그린 가짜 대리석의 지층 패턴 혹은, 건물의 기둥이 기단에서 분리가 되어 있는데, 위로 올라가면서 합쳐졌다가, 천장 구조로 가면 또 다른 구조랑 붙기도 혹은 나뉘기도 하고, 간혹 가다가는 중간 중간에 구멍도 뻥 뚫리기도 하는 건축의 요소들이 각종 장식물과 벽화가 어우러져 건축의 형태와 공간의 경계가 뒤죽박죽되는 독특한 건축 언어가 있습니다.

▲ 비스 순례자 교회 (Wallfahrtskirche Steinhausen / Wieskirche)
한 예를 들면, 비스 순례자 교회 (Wallfahrtskirche Steinhausen / Wieskirche) 는 유럽 내에서 가톨릭 성지 중, 손꼽히는 성당입니다. 어쩌다 보니 마리엔돔에 이어서 다른 가톨릭 성지를 소개해 드리고 있는데요. 이 건축물은 1754년 형, 요한 밥티스트 찜머만 그리고 동생, 도미니쿠스 찜머만 형제에 의해 (Johann Baptist und Dominikus Zimmermann) 만들어졌습니다. 둘 다 폴리멧 (Polymath) 이었습니다. 즉, 여러 가지에 능통한 종합 예술가였습니다. 형인 요한은 주로 장식과 벽화를 맡고, 동생인 도미니쿠스는 건축 전반을 맡아서 작업을 했습니다. 건물 재료가 벽돌, 시멘트가 아니라 독특하게 목조로 되어 있어서 자유로운 변형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비스 순례자 교회는 이들이 한 여러 건물들 중 대표작으로 종종 소개가 되곤 합니다. 일반적으로 독일의 로코코 양식으로 소개가 되곤 하는데, 제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 형제가 만든 여러 건물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정통성에서 살짝 빗겨 난 기형 혹은 가짜 로코코의 모습들입니다. 저는 이러한 한 발짝 빗겨 난 건축이 디자인의 진보와 발전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것들을 반복하는 것도 혹은, 첨예하게 다르거나 새로운 것도 아닌, 기존의 건축 형태 언어를 비판적으로 읽고 새롭게 조합 및 변형하는 디자인이 서양 건축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석사 2년에 우연히 독일의 로코코 양식에 빠져서 이 비스 순례자 교회는 저의 석사 졸업 작품의 주요 레퍼런스가 되었습니다. 졸업 후, 뮌헨에서 1년간 살면서, 주말마다 독일 남부에 퍼져 있는 이 찜머만 형제의 작품을 답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 작품 한 작품 방문할 때마다 읽히는 형태의 언어들이 아주 감동적이었습니다. 근데, 저는 이 형제들의 작업을 찾아다니면서 우리나라의 전통 건축이 소개되고 연구되는 방식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저는 한국 전통 건축에 대한 지식은 없다시피 하지만, 우리나라 전통 건축을 완벽한 비례, 다기능의 마당, 고요하고 우아한 분위기, 멋진 풍경 혹은 자연의 일부… 같은 프레임으로 소개하는 것은 한국의 전통 건축 형태의 그 현란함, 복잡함, 재료의 특이성 혹은, 공간의 다양성 등을 현시점에서 새로운 언어로 개발하는 것에 상당한 무리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찜머만 형제들도 전통적 언어에서 한발 비켜서서 수많은 건물을 만들면서 정통성에서 벗어났다는 비판의 소리를 감내하고 새로운 언어를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추후, 형은 뮌헨에 바바리안 왕궁 (Residenz München) 작업에도 참여하고, 동생은 바바리아에 한 도시 (Landesberg am Lech)에 시장까지 되었죠.
Q. 건축캠프를 통해 참가자분들이 어떤 가치나 경험을 얻기를 원하시나요?
건물의 배경에 깔린 건축을 읽고 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먼저 제가 이해하는 건축과 건축물의 차이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먼저 서양에서 건축은 담론이고 건축물은 그 담론의 매체 정도로 이해하는 것을 가끔 느낍니다. 건축과 건물 중 뭐가 먼저고 나중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건축과 건물의 차이에 대해서도 애매하게 인지하고 있는 듯합니다. 한국에는 건축학과 안에 건축 공학과 설계 모두 있듯이 말이죠. 하지만, 요즘 누구나 사용하는 “건물-정보-모델링” 소프트웨어인 BIM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이 왜 “건축-정보-모델링” (Architecture Information Modeling) 이 될 수 없는지 혹은, 왜 AIM 이 아니라, BIM 이라고 명칭을 했는지를 잘 생각해 봅시다. 독일 혹은 유럽에서 마주치는 건축이라는 단어가 주는 뉘앙스는 정량적으로 배포하는 스텐다드 요소의 집합체 혹은 정보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물며, 정량적 스탠다드 일지라도 그 안에 혹은, 그 너머에 있는 이야기 즉, 담론이라고 보여지는 것입니다.
건축 답사를 가면, 건물의 디테일, 재료, 구조 같은 기술적인 면에 먼저 눈이 가기 마련이지요. 미국의 최고 건축 비평가 중의 하나인 제프리 킵니스 (Jeffrey Kipnis) 는 건축가가 건물의 기술적 사항을 제일 효과적으로 습득하기 위해서는 아마도 동네 서점에 가라고 할 겁니다. 킵니스는 동네 서점에 비치된 건축 목수 전문 잡지 같은 것들만 공부해도 기술적으로 충분히 튼튼하고 아름다운 건물을 지을 수 있다고 종종 이야기했습니다. 혹은, 인터넷 검색을 조금만 해봐도 유명한 건축 작품의 텍스트나 이미지 정보, 혹은 도면 정보까지도 어느 정도 쉽게 구하고 공부할 수 있습니다. 혹시 원하시면, 이런 정보는 캠프 전에 보고 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캠프에서 답사를 하는 순간에는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는 기술적 혹은 사실적 정보보다는 본인의 눈으로 읽고 분위기로 느끼는 훈련을 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참가자분들이 건물에서 건축을 읽을 수 있는 하나의 장치로써의 필터를 제공하는 사람에 불과하죠. 본인이 직접 그 필터를 만들면, 아니면 캠프에서 같이 만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건물이라는 큰 크기의 조형물 및 그것이 감싸고 있는 공간에서 감동을 받고 느낌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그 감동과 느낌이 자기 것이 되려면 건물의 구석구석에 숨은 이야깃거리를 아주 부분적으로라도 찾아보세요.


Q.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독일 부퍼탈 대학교 (Bergische Universität Wuppertal) 에서 건축 디자인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건축가입니다. 최근에는 사적으로 지역에 공공기관과 협력을 하기 시작하여 오프그라운드 (off-ground)라는 홈페이지도 없는 디자인 그룹을 결성하여, 건축 리모델링 및 신축에 참여를 하고 있습니다.
Q. 한국과 독일 양국에서 건축가 및 교육자로서 활동을 하셨는데요. 한국과는 다른 독일 도시건축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한 사람의 좁은 경험에 견주어 봤을 때, 건축 및 도시 디자인의 가치에 대한 논의가 더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이 뜻은, 먼저, 건축 및 도시의 디자인이 아니라 디자인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새롭고 멋진 혹은 문화적으로 유행하는 디자인 자체보다, 건축의 공간, 형태, 건축 설계 과정 전반의 가치 평가가 담론으로 자연스레 이어집니다.
가장 최근 이러한 담론으로는 지속가능한 혹은 친환경 건축에 대한 변화하는 시선을 사례로 들 수 있습니다. 21세기 건축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제를 고르라고 하면, 아마 지속가능한 건축이 순위권에 들 겁니다. 요즘 독일에서는 이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를 다행히도 너무 늦지 않게 꿰뚫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 지속가능성이라는 장르가 건축에서 여러 건축 공정 및 완공 후 관리까지 건물 전반에 걸친 생애 주기를 다루기는 하지만, 독일은 최근까지 그 적용하는 정도가 상당히 맹목적이었습니다. 노르웨이나 덴마크 같은 북유럽에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죠. 아마 한국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속 가능성이라는 의미는 당연히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지속가능성을 표방하는 건축이 생산하는 형태 및 이미지, 그리고 그 맹목성에 의문을 품는 건축가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합니다. 다른 말로는, 지속가능성 및 친환경이라는 단어가 제한하는 건축 디자인 시장의 획일화, 디자인의 오류 및 절차의 병폐 등을 꼬집기 시작한 것이죠.
Q. 독일에서 건축가의 사회적 지위 혹은 영향력은 한국과 무엇이 다를까요?
요즘은 조금 덜하긴 한 듯하지만, 종종 집 문패에 타이틀이 붙는 경우는 이름 앞에 Dr. / Prof. / Architect. 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유럽 전반에 걸쳐 직업이 사회적 지위에 영향력을 주는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명예 타이틀처럼 보입니다. 저 위의 세 가지 타이틀은 오히려, 사회적으로 사람들이 기피하는 직업군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긴 공부 기간과 과중한 업무가 요구되는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독일에서 건축가는 사회적으로 영향력은 없지만, 똑똑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고 존중 정도는 받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저런 타이틀들은 한국에서 더 사회적 지위 혹은 영향력을 내세우는 데에 쓰이지 않나요? 특히, 건축가라는 직업이 “건축사” 라는 자격증과 관련된 단어와 겹쳐지면 말이죠. 독일에는 한국에서와 같은 건축사 자격증 시험 제도가 없습니다. 법적으로 자격증은 맞지만 “협회 가입” 정도가 딱 알맞은 말이겠네요. 독일에서 건축사 자격증은 80시간 세미나를 수강하면 나오는 수료증 및 연금 혜택을 받기 위한 서류 정도입니다. 물론, 신청하기 앞서, 대학 교육 인증, 각종 설계 단계 경험 인증 및 여러 가지 경력을 확인합니다만 (경력 확인이 굉장히 철저합니다.), 사무실 준비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사무용 자격증이기도 합니다. 매년 의무적으로 세미나를 몇 회 이상 수강을 해야 자격증이 유지되죠. 한국에서 독일 건축사라고 하면 대단하다고 하겠지만, 정말 따지고 들면, “독일에서 몇 년부터 몇 년까지 어느 지역 건축사 협회에 가입했다.” 정도로 기입해야 정확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굳이 한국에 없는 개념을 오픈하는 건축가는 드물 것 같군요.
여기서 좀 더 확대하면, 독일이 워낙 언어적, 지리적, 문화적으로 한국과 거리가 멀어서 정보가 기타 영미권 나라처럼 투명하지 않다 보니, 독일에서의 여러 실무 및 학계의 커리어가 한국에서의 사회적 지위 혹은 영향력으로 확대 심지어 어떤 경우는 거짓 포장되어 홍보되어 회사나 대학에 취업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아무리 21세기 정보화 시대이지만, 건축 설계가 워낙 한국과 교류가 없다 보니 생기는 일인 듯합니다.
Q. 건축학교 커리큘럼에서도 차이가 있나요?
독일은 학부 3년제입니다. 3년이 지나면, 독일 대학 본연의 특징인 연구 중심의 석사 과정을 본격적으로 밟습니다. 유럽 연합이 제공하는 에라스무스 (Erasmus) 같은 제도는 학부 졸업생들한테 다른 유럽에서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합니다. 3년이 학사 후 기본 한 학기에서 1년 정도의 다른 나라로의 교환 학생을 많이 합니다. 다른 나라 언어와 문화, 그리고 실무를 익히는데 상당히 용이합니다.
물론, 무상 교육이 주는 특이함이 더해집니다. 이것은 건축뿐만이 아니라 다른 학부들도 똑같습니다. 무상 교육에 상당히 큰 책임감을 부여합니다. 일단, 대학은 학생들 입학 정원에 따라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그 지원금의 유무가 학기 당 큰 등록금을 내는 사립 시스템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한 규모이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의 대학 제도와는 달리 학생이 고객이 아닙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꽤 심도 있는 과제를 부여하고 보통 최소한의 관리를 합니다. 어지간한 공부 열정이 없으면 따라가기 어려운 제도입니다. 혼자 해보고 포기하면 학교를 나가든지, 교수에게 집요하게 괴롭혀서 열정을 보이든지 둘 중 하나입니다. 학사 1년 첫 번째 학기가 지나면 학생 수의 3분의 1이 사라집니다. 같은 과목 3번 낙제를 하면 대학 자체에서 쫓겨나서 독일 내 건축학 대학교를 입학할 수 없습니다. 물론 전문대 혹은 직업학교의 건축과를 입학할 수는 있습니다.
독일 학생들은 거의 대부분이 공부와 실무를 병행합니다. 의지와 실력에 차이로 시작 시기는 다를 수 있으나, 대부분 학생들은 대학 입학과 동시에 독립을 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최소 1-2일 정도 실무를 해야 합니다. 학부 졸업 조건 역시 보통 3개월 건설 현장에서의 실무를 의무로 합니다. 석사 졸업 조건 역시 6개월 풀타임 설계 사무실 실무 경험을 의무로 합니다. 실무와 강도 높은 공부 병행은 절대 쉽지 않습니다. 대학 건축 공부에서 실무로의 연결이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대학 교육이 실무 뒷받침만 하는 곳이 아닙니다. 한편으로는 설계 세미나와 스튜디오에서 실무를 시뮬레이션하는 경우는 꽤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건물 디테일 단면 및 재료 연구를 보면, 스튜디오와 건물 자재 회사 및 지역 개발 회사와 함께 리서치를 진행하면서 상당히, 세밀한 플래닝을 이끌어 내기도 합니다. 반대로, 이러한 영역이 어디까지나 실재가 아닌 시뮬레이션이라는 것을 인지하면서 건축의 표현 영역을 넓히기도 합니다. 제 학사 시절에 상당히 중시했던, ”주차장 기둥이 몇 미터 간격에 화장실 칸막이가 최적화되어…” 이런 논의는 하지 않습니다. 이런 건 실제 실무에 나가서 그 지역 규격에 맞춰서 그냥 따라 하면 되는 겁니다.
Q. 그럼 독일 건축캠프의 건축가이드를 맡으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한국 건축가 (학생, 실무자, 학자) 들과도 소통을 시도하고 싶었습니다. 근 10년간, 영어, 독일어권 내의 실무, 학계 내에서 통용되는 디자인, 언어 및 기타 콘텐츠로 건축을 이야기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재, 한국의 건축 담론과 공통점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느껴졌고, 어라운드 트립의 건축 캠프를 통해서 소통을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독일 건축 캠프에서 저의 역할은 인터넷에서 나오는 사실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담론을 이끌어 내고 싶었습니다. 이런 담론 형성이 몇 번의 캠프로 형성될 거리는 아니지만, 제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어라운드 트립의 건축 캠프는 그 시발점으로 최적의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담론이라는 것이 유명한 건축 이론가들에 의해서 만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남녀노소 구분 없이 건축이라는 매개체를 두고 비평이라는 것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을 쌓아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축 담론 문화에는 비평을 통한 훈련이 상당히 필요한 듯합니다. 제가 경험한 독일 혹은 유럽의 토론 자리에서 한국처럼 연장자 혹은 직장 상사 우대하는 문화를 찾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어리고 경험이 부족해도 발언권이 자연스럽게 주어지고, 비판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힘의 우위에 있는 사람의 의견으로 토론의 방향이 결정되기보다, 아이디어와 지식, 의견 등을 소재로 쌓아 나가는 담론의 자리입니다.
예를 들어, 저희 부퍼탈 대학교에서는 모든 건축과 연구실: 구조, 설계, 시공, 설비, 조경 등 모든 연구실의 교수진과 석사생이 한 학기에 두 번씩 모여서 포럼을 합니다. 혹시, 경험해 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떨 때는 차라리 건축 모르는 사람이랑 건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매끄럽게 느껴질 정도로, 건축의 각 다른 부문을 맡고 있는 전문가들끼리 만나서 상대방의 공부를 비평하기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건축 안에서 서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다르니, 본인의 아이디어를 설득시키는 것과 상대방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각 석사생 그룹은 그들이 속한 세미나 혹은 스튜디오의 석사 연구 진행 상황을 20분 안에 발표하고 20분에 걸쳐서 객석에 앉은 교수진과 다른 석사생 그룹들과 열띤 토론을 합니다. 이때, 교수진 혹은 학생들 사이에 위계가 없이 자유로운 토론을 합니다. 물론, 아무리 석사생이지만, 전문 지식이 부족하여 지식의 힘으로 토론에서의 우위를 교수에게 빼앗길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지식에 입각한 토론이기 때문에 학생들과 교수진이 서로 아주 치열하게 반박의 반박을 이어갑니다. 어라운드 트립 건축 캠프도, 밤마다 삼삼오오 모여서 가끔 이런 치열함을 참신하고 기분 좋게 나누는 모습을 봤습니다.
Q. 사람들에게 독일 도시건축의 어떤 면을 보여주고 싶으셨나요?
별개의 건축물보다는 선택된 여러 건축물들에 어렴풋이 스며있는 공통 분모 즉, 건축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18-20세기의 공통적 컨텍스트인 거대한 산업화 단지 안의 기괴한 구조, 이에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의 경외감으로 압도하는 성당의 카리스마, 19-20세기 부유했던 시대를 대변하는 하지만, 독일스럽게 변모한 아르누보, 아르데코 주택들, 동네의 크고 작은 공장들 등은 현재 중부 독일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건축들입니다.

▲ 마리엔돔 가톨릭 성지 성당
독일 중부 여행에서 정말 여러 건축물들이 손에 꼽히지만, 그래도 그중에서 하나만 고르라면 펠베어트 (Velbert) 에 있는 1968년에 완공된 고트프리트 뵴 (Gottfried Böhm) 건축가의 마리엔돔 (Mariendom) 가톨릭 성지 성당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중부 독일 곳곳에 병풍처럼 들어서서 스러져가는 산업 단지의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듯하지만, 복잡한 기계적 디테일이 섬세하게 눈에 띄는 형태와 마감은 독일의 독특한 부루털리즘(Brutalism) 이라고 불리우는 장르가 발전하는 데에 큰 영향을 준 듯합니다.
한편, 부르털리즘은 유럽에서 제 2차 세계 대전 이후 도시 재건 시 영국에서 먼저 생겨난 스타일입니다. 값비싼 마감재를 제외하고도 그 미학적 특질을 뽐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1969년, 영국 건축가 레이너 벤햄 (Rayner Banham) 의 “신 부루털리즘 (New Brutalism: Ethic or Aesthetic?)” 을 보면, 세계 대전 후 어려운 상황을 배경으로 생겨난 스타일은 건축의 부루털리즘이 심미학과 윤리학 사이에 어디인가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혼동이 올 정도로 건축의 기능성, 솔직함, 절제성, 기하학적 단순함, 또한 경제성 등을 최고의 가치를 그 중심에 두고 있었습니다. 마리엔돔은 건축 미디어에 다른 유럽의 건물들과 함께 부루털리즘 건물로 종종 소개가 되곤 합니다. 하지만, 이 건물을 부루털리즘 건축이라고 칭하기에는 어딘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사실, 이 건물은 관광지에 있지 않기 때문에 개인 여행자들이 경험하기는 꽤 어려운 건물입니다.
먼저, 앞서 간단하게 묘사한 마리엔돔의 형태가 기능성 혹은 기하학적 단순함과는 아주 거리가 먼 조형물입니다. 불규칙한 다각형의 형태가 건물 외부와 내부에 엉겨 붙어 내부와 외부 혹은, 명확한 공간 구조 구분조차 상당히 애매한 형태입니다. 그러나 건축 형태에서의 부분과 부분, 그리고 부분과 전체 각각의 조화가 건물의 전체 공간 구조에서 디테일 즉, 창문-틀, 스테인드 글라스, 문 손잡이까지 흐르는 독특한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마감입니다. 때때로는 부루털리즘이 단순히 표면 질감의 상태만 가지고 판단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원래, 부루탈리즘이라는 단어 자체는 1949년 스웨덴 건축가 한스 아스플룬트 (Hans Asplund) 가 스웨덴의 웁살라 (Uppsala) 라는 지역의 빌라 굣 (Villa Göth) 을 묘사하면서 제일 처음 사용했다고 합니다. 또한, 부루털리즘 어원도 노출 콘크리트: 프랑스어 “béton brut”, 독일어 “beton brut” 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거칠고 투박한, 혹은 후처리가 되지 않은 노출된 건물의 구조를 두고 일컫는 것입니다.
하지만, 마리엔돔의 노출 콘크리트 표면은 굉장히 부드럽고, 따뜻하며 마치, 매끄럽게 갈라진 벚나무나 자작나무의 표면을 연상시킵니다. 건물에서 은은한 나무 향기가 날 것만 같은 질감이지요. 미디어에서 묘사하는 단순한 부루털리즘 너머의 아주 섬세하고 다양한 형태와 따뜻함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Q. 독일건축캠프의 코스는 아니었지만, 언젠가 건축가님께서 꼭 소개하고 싶은 건축물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독일 남부 바바리아 (Bavaria) 주 언저리에 종종 발견되는 독특한 형태의 후기 바로크 혹은 로코코 양식을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제가 건축 역사학자가 아니라 건축가라는 점을 명시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 청개구리 건축가로 소개되고 있는 제가 의도치 않게 역사적 사실을 곡해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하하하. 제가 알고 있는 이러한 건축물들끼리 거리가 좀 있기 때문에 어떤 여행 상품으로 개발되는 것이 조금 어려워 보이긴 합니다. 이 독일 남부 혹은 오스트리아 북부 지방의 로코코 양식의 건물들은 유럽 역사에서 종종 언급되는 프랑스부터 이탈리아 남부까지 걸친 진짜배기들이 아닌, 독특하게 독일화 한 가짜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이 가짜가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을 가지고 있죠.
초록, 빨강, 연분홍 등등… 의 화려한 색상으로 수놓아진 뽀얀 천연 대리석…이 아니라, 가까이서 보면 한땀 한땀 붓으로 그린 가짜 대리석의 지층 패턴 혹은, 건물의 기둥이 기단에서 분리가 되어 있는데, 위로 올라가면서 합쳐졌다가, 천장 구조로 가면 또 다른 구조랑 붙기도 혹은 나뉘기도 하고, 간혹 가다가는 중간 중간에 구멍도 뻥 뚫리기도 하는 건축의 요소들이 각종 장식물과 벽화가 어우러져 건축의 형태와 공간의 경계가 뒤죽박죽되는 독특한 건축 언어가 있습니다.

▲ 비스 순례자 교회 (Wallfahrtskirche Steinhausen / Wieskirche)
한 예를 들면, 비스 순례자 교회 (Wallfahrtskirche Steinhausen / Wieskirche) 는 유럽 내에서 가톨릭 성지 중, 손꼽히는 성당입니다. 어쩌다 보니 마리엔돔에 이어서 다른 가톨릭 성지를 소개해 드리고 있는데요. 이 건축물은 1754년 형, 요한 밥티스트 찜머만 그리고 동생, 도미니쿠스 찜머만 형제에 의해 (Johann Baptist und Dominikus Zimmermann) 만들어졌습니다. 둘 다 폴리멧 (Polymath) 이었습니다. 즉, 여러 가지에 능통한 종합 예술가였습니다. 형인 요한은 주로 장식과 벽화를 맡고, 동생인 도미니쿠스는 건축 전반을 맡아서 작업을 했습니다. 건물 재료가 벽돌, 시멘트가 아니라 독특하게 목조로 되어 있어서 자유로운 변형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비스 순례자 교회는 이들이 한 여러 건물들 중 대표작으로 종종 소개가 되곤 합니다. 일반적으로 독일의 로코코 양식으로 소개가 되곤 하는데, 제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 형제가 만든 여러 건물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정통성에서 살짝 빗겨 난 기형 혹은 가짜 로코코의 모습들입니다. 저는 이러한 한 발짝 빗겨 난 건축이 디자인의 진보와 발전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것들을 반복하는 것도 혹은, 첨예하게 다르거나 새로운 것도 아닌, 기존의 건축 형태 언어를 비판적으로 읽고 새롭게 조합 및 변형하는 디자인이 서양 건축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석사 2년에 우연히 독일의 로코코 양식에 빠져서 이 비스 순례자 교회는 저의 석사 졸업 작품의 주요 레퍼런스가 되었습니다. 졸업 후, 뮌헨에서 1년간 살면서, 주말마다 독일 남부에 퍼져 있는 이 찜머만 형제의 작품을 답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 작품 한 작품 방문할 때마다 읽히는 형태의 언어들이 아주 감동적이었습니다. 근데, 저는 이 형제들의 작업을 찾아다니면서 우리나라의 전통 건축이 소개되고 연구되는 방식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저는 한국 전통 건축에 대한 지식은 없다시피 하지만, 우리나라 전통 건축을 완벽한 비례, 다기능의 마당, 고요하고 우아한 분위기, 멋진 풍경 혹은 자연의 일부… 같은 프레임으로 소개하는 것은 한국의 전통 건축 형태의 그 현란함, 복잡함, 재료의 특이성 혹은, 공간의 다양성 등을 현시점에서 새로운 언어로 개발하는 것에 상당한 무리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찜머만 형제들도 전통적 언어에서 한발 비켜서서 수많은 건물을 만들면서 정통성에서 벗어났다는 비판의 소리를 감내하고 새로운 언어를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추후, 형은 뮌헨에 바바리안 왕궁 (Residenz München) 작업에도 참여하고, 동생은 바바리아에 한 도시 (Landesberg am Lech)에 시장까지 되었죠.
Q. 건축캠프를 통해 참가자분들이 어떤 가치나 경험을 얻기를 원하시나요?
건물의 배경에 깔린 건축을 읽고 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먼저 제가 이해하는 건축과 건축물의 차이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먼저 서양에서 건축은 담론이고 건축물은 그 담론의 매체 정도로 이해하는 것을 가끔 느낍니다. 건축과 건물 중 뭐가 먼저고 나중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건축과 건물의 차이에 대해서도 애매하게 인지하고 있는 듯합니다. 한국에는 건축학과 안에 건축 공학과 설계 모두 있듯이 말이죠. 하지만, 요즘 누구나 사용하는 “건물-정보-모델링” 소프트웨어인 BIM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이 왜 “건축-정보-모델링” (Architecture Information Modeling) 이 될 수 없는지 혹은, 왜 AIM 이 아니라, BIM 이라고 명칭을 했는지를 잘 생각해 봅시다. 독일 혹은 유럽에서 마주치는 건축이라는 단어가 주는 뉘앙스는 정량적으로 배포하는 스텐다드 요소의 집합체 혹은 정보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물며, 정량적 스탠다드 일지라도 그 안에 혹은, 그 너머에 있는 이야기 즉, 담론이라고 보여지는 것입니다.
건축 답사를 가면, 건물의 디테일, 재료, 구조 같은 기술적인 면에 먼저 눈이 가기 마련이지요. 미국의 최고 건축 비평가 중의 하나인 제프리 킵니스 (Jeffrey Kipnis) 는 건축가가 건물의 기술적 사항을 제일 효과적으로 습득하기 위해서는 아마도 동네 서점에 가라고 할 겁니다. 킵니스는 동네 서점에 비치된 건축 목수 전문 잡지 같은 것들만 공부해도 기술적으로 충분히 튼튼하고 아름다운 건물을 지을 수 있다고 종종 이야기했습니다. 혹은, 인터넷 검색을 조금만 해봐도 유명한 건축 작품의 텍스트나 이미지 정보, 혹은 도면 정보까지도 어느 정도 쉽게 구하고 공부할 수 있습니다. 혹시 원하시면, 이런 정보는 캠프 전에 보고 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캠프에서 답사를 하는 순간에는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는 기술적 혹은 사실적 정보보다는 본인의 눈으로 읽고 분위기로 느끼는 훈련을 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참가자분들이 건물에서 건축을 읽을 수 있는 하나의 장치로써의 필터를 제공하는 사람에 불과하죠. 본인이 직접 그 필터를 만들면, 아니면 캠프에서 같이 만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건물이라는 큰 크기의 조형물 및 그것이 감싸고 있는 공간에서 감동을 받고 느낌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그 감동과 느낌이 자기 것이 되려면 건물의 구석구석에 숨은 이야깃거리를 아주 부분적으로라도 찾아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