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고 역사 박물관

로마시대 성벽이 도심을 에워싼 스페인 북부 도시 루고.

성벽과 맞닿은 대지 위에서 스페인 건축가 듀오 Nieto Sobejano Arquitectos 는 과거와 현재가 공명하는 박물관을 지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는 성벽의 역사적 문맥 안에서 건축가는 ‘보존’과 ‘개입’ 사이의 긴장을 조율하며, 새로운 박물관이 도시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흡수되도록 구상했다. 대지를 따라 낮고 수평적으로 펼쳐진 박물관은 도시의 시간에 겸손하게 응답하며, 성벽이 품은 장소의 기억을 현재로 소환한다.

코르텐 강판의 외관은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부식되고 주변 환경과 어우러진다. 이 재료적 선택은 과거의 흔적이 축적된 루고의 도시성과 공명하며, 박물관이 고정된 기념비가 아닌 ‘살아 있는 역사’의 일부임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박물관 내부는 몰입형 미디어를 담은 순환형 구조를 통해 방문객이 도시의 역사와 다양한 관계 맺도록 유도한다. 전시실은 빛과 소리, 시선이 유기적으로 흐르는 열린 시스템으로 구성되고, 일부 전시실에서는 성벽의 일부가 내부로 유입되기도 하면서 관람객이 루고의 역사를 감각적으로 체험하도록 돕는다.

이곳에서 박물관은 단순한 역사의 전시장이 아니라, 도시의 기억을 다층적으로 재구성하고, 관람자가 그 기억과 대화하도록 유도하는 건축적 장치다. 그리고 건축가 Nieto Sobejano는 박물관이 과거를 보호하거나 미화하는 공간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이 직접 경험하고 해석할 수 있는 열린 무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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