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독일건축캠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때는 한 나라에서 건축을 통한 경험이 이렇게 다층적일지 몰랐습니다. 눈으로 본 장면보다 더 오래 남은 건, 그 장면들이 열어준 생각과 감정들이었습니다.

건축을 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건축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과 시선이었습니다. 두 분의 건축가와 함께한 여정은 하나의 나라 안에서 두 가지 서로 다른 건축 감상 방식을 경험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이 여행이 더 특별하고 풍성해졌습니다.

과거를 기억하는 베를린 장벽과 화해의 교회.
현대 건축의 출발점인 바우하우스.
미래를 향해 올라가는 듯한 국회의사당 돔.
그리고 멈췄던 공간에 새롭게 숨 쉬게 하는 뒤스부르크 조경공원까지.

건축물은 하나의 공간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시대의 기록이자, 사람들의 생각을 담는 그릇이었습니다. 매 순간이 배움이자 사유의 시간이었고, 그 안에서 저는 여행자가 아닌 관찰자가 되었습니다. 아무 말 없이 건축물 안에서 가만히 머물던 그 고요한 시간들이 지금도 문득 떠오릅니다.

이번 여행은 단순히 건축을 보는 일정이 아닌, 사람과 시대, 그리고 나 자신을 바라보는 여정이었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공간을 마주하게 되든, 그곳에서의 나를 더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여행기간: 독일 건축캠프 (202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