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가서 스케치해 보며 ‘나도 할 수 있네!’ 라고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어요.”

여행에서건 일상생활에서건 ‘남는 게 사진이다’라고 하지만, 때로는 잠시 찍고 돌아서는 사진보다 손수 그려낸 스케치가 더 많은 것을 담아내곤 한다. 한자리에서 머무르며 한 획씩 선을 그어나가는 동안 한 장의 종이에는 현장의 생동감은 물론, 그 장소에 머물며 들었던 생각, 살갗에 닿았던 바람결까지도 담기기 때문이다.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영주의 전통건축물들을 돌아보며 스케치의 매력을 알려줄 도시건축가이드 박정연 건축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그리드에이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박정연입니다.

오래전부터 한옥에 관심이 있어서 몇 곳들 돌아보다가 멋진 것은 물론, 각각의 매력을 가진 모습에 매료되어 국내 많은 한옥들을 답사해왔습니다. 좋았던 곳들은 스케치로 남기기도 하고, 블로그 포스팅도 하고 있어서 예전에 파워 블로그로 선정되기도 했었죠(하하). 국내의 모든 한옥을 답사하는 게 꿈입니다.



저 영주 스케치 도시건축여행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영주 스케치 도시건축여행은 영주의 소수서원과 부석사, 봉화의 고택과 무섬마을을 돌아볼 예정입니다. 여행을 하면서 스케치를 한다는 게 처음에는 조금 어려울 수 있어요. 낯선 곳에서 혼자 앉아 스케치북을 펼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삼삼오오 모여 스케치해 볼 수 있는 이번 여행을 통해 참가자분들이 스케치에 자신감을 얻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전통건축 답사를 많이 다니셨는데, 전통건축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사람이 개개인마다 다르듯, 전통건축 또한 집마다 조금씩 달라요. 답사를 하며 그 특징들을 찾을 때 굉장한 재미를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비슷한 형태의 집들이 모여있는 마을에서도 집집마다의 특징을 찾는 거죠. 그리고 여기 살던 사람들이 어떤 방에 앉아서 어느 각도로 창밖을 바라봤을지 등 과거의 모습들을 생각하면서 내가 주인이 되어보는 상상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건축 스케치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렇게 답사를 다니며 스케치를 하기 전에도 그림을 그렸어요. 대학교에 입학하고 가입한 동아리에서 선배님이 시키셔서 과제처럼 그림을 그렸었는데, 그림의 목적은 잘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린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공간을 왜 아름답다고 느꼈는지, 왜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는지 공간 안의 다양한 요소들을 다루면서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스케치하면서 공간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분석하면서 세밀히 보기도 하고, 조화를 중점으로 두고 보기도 했죠. 그래서인지 제게 스케치는 공간을 바라보고 살펴보는 과정인 것 같아요.

박정연 건축가 스케치 (출처_집을 그리는 사람의 건축답사기)



스케치가 주는 매력은 무엇인가요?

많은 분들이 무언가 남기고 싶을 때 사진을 찍잖아요. 저는 스케치가 사진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기록하고 싶고, 기억하고 싶고,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장면이니까 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하는데, 스케치도 마찬가지로 이 장면을 손으로 기록하고 싶어서 그리는 것 같아요. 내가 보면서 생각했던 것을 담는 거죠. 스케치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장면과 그 당시 나의 생각을 함께 담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여행에서 특별히 애정을 갖고 계신 장소가 있을까요?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봉화의 송석헌 고택입니다. 제가 처음 답사를 했을 때는 후손되시는 어르신께서 살고 계셨어요. 직접 집과 공간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기 때문에 여러 가지가 기억에 남네요. 집이 지을 당시에는 지위에 따라 기둥의 높이를 정할 수 있었기 때문에 훗날 집안에서 높은 벼슬을 지낼 인물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마루를 높게 지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마루를 낮추어 공간을 넓히려 헸다던 말씀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봉화 송석헌고택 (출처_집을 그리는 사람의 건축답사기)



이번 여행 포인트 외에도 추가로 다뤄보고 싶으신 장소가 있을까요?

부석사는 많은 분들이 자연과 건축의 축, 선 등을 들며 좋은 공간으로 꼽으며 분석을 했던 곳이기 때문에 점점 더 유명해지고 있지만, 사실 알려지지 않은 전통 건축물이 많습니다. 가기 힘든 곳에 있다거나 언급이 되지 않았던 건축물들은 아직 덜 알려진 거죠. 그런 건축물들을 살펴보고, 각 공간에 담긴 이야기들을 다뤄보고 싶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아직까지는 숨어있는 건축물들도 곧 빛을 발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이 소장님과의 여행에서 무엇을 경험하길 바라시나요?

현장에서 스케치를 한다는 게 어려울 수 있는데, 직접 가서 스케치북을 펼쳐보고 ‘나도 할 수 있네!’라고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어요. 꼭 훌륭하고 멋진 그림이 아니더라도 경험을 해본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으니까요. 함께 여행의 순간들을 그려나갈 생각에 저도 기대가 됩니다.




글/사진. AROUND trip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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