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OUND trip 에디터

어라운드 트립과 함께하는 도시건축가이드

이준호 건축가

도시건축가이드 소개 5편

어라운드 트립과 함께하는 도시건축가이드

이준호 건축가


“역사와 함께하는 인천의 공간들을 알리고 싶었어요.”

국내 대표적인 개항지 ‘인천 중구’. 일제 수탈의 아픔부터 근현대의 모던한 건축물, 산업유산까지. 도심 곳곳에는 여전히 당시의 이야기를 품은 역사적 산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인천에서 나고 자라 도심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는 도시건축가이드 이준호 건축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건축과 도시 전반에 걸쳐 디자인 및 설계 작업을 하는 건축가 이준호입니다.
최근에는 60-80년대 지어진 오래된 벽돌집 리모델링 디자인 작업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저 인천 중구 도시건축여행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항구도시인 인천은 조선 말기 외국 열강들이 조선으로 진입하는 관문으로써 주목을 받았어요. 바다를 통해 한양으로 가려는 사람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도시였죠. 물자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오가는 돈이 많아지니 당연히 사람들이 모여들어 도시가 확장되고, 자연스레 외국인들의 거주지까지 생기게 되었습니다. 조선에 영향력을 강하게 행사하려던 청나라와 일본 두 나라는 조계지를 만들어 인천을 공식적인 거주지로 만들기도 했죠.



조선 말기를 중심으로 한 개항 역사의 거점이 바로 이곳 중구 일대예요. 지금까지도 그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도시죠. 좋게 보면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는 장소, 다르게 보면 조선의 자원을 수탈해가는 창구 역할을 하기도 했던 공간들을 돌아보면서 당시의 인천을 도시를 상상해 보는 여행이 될 예정입예정입니다.



인천 중구를 소개하고자 결정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또 다른 개항지인 군산과 목포는 근대건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시의 활동을 통해 시민들도 점차 옛 것을 보존해야 하는 이유를 알아가고 있어요. 그런데 인천에서는 애경사 건물이 철거되는 등 도시가 담은 이야기들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사라지고 있죠. 다른 지자체는 역사적 사건, 장소 등을 어떻게든 발굴하고 보존해서 활용하려고 하는데, 있는 것들도 없애버리는 모습이 의아하고 놀라웠어요.



수도권에 있는 개항지임에도 많은 근대 건축물들과 이야기들이 묻혀 있는 인천의 상황이 안타까웠죠.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일단 이런 공간들이 있고, 이런 이야기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고맙게도 어라운드에서 제안을 해주셨어요.



인천 중구가 가진 도시 건축적 매력은 무엇인가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외국 문물이 드나드는 관문이자 수탈의 창구로서 도시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고, 현재는 어떤 모습인지 돌아보는 재미가 있어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많은 것들이 파괴되기도 했지만, 인천이 항구 도시이자 공업 도시로 변화하면서 그 모습이 개항지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는 것도 또 다른 매력이 아닐까 해요.



인천에서 나고 자랐다고 하셨는데, 현재의 인천은 과거와 어떤 부분이 달라졌나요?

인천은 항구와 공업지대를 중심으로 확장되고, 기능이 분산된 도시예요. 늘어가는 주택 수요를 해소하기 위해 대규모 주거 단지들이 만들어졌죠. 서쪽에 바다가 있어서 새로운 주거 단지는 동쪽과 남쪽, 북쪽으로 확장될 수밖에 없었고, 산업화를 거치면서 부평, 연수, 계양 등 당시 인천의 외곽 지역에 주거 단지들이 공급되기도 했습니다.

도시 확장과 기능 분산 뒤에는 원도심들이 재개발, 재건축되어야 하는데, 이 경우 원도심들이 옛 모습을 잃어버리고 새롭게 바뀌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인천에서는 바다를 매립한 땅에 새로운 수요를 충족시키는 신도시, 송도와 청라를 만들게 되죠. 말하자면 참 긴 이야기인데, 저는 오히려 송도와 청라가 있어서 오히려 오래된 도시의 모습이 지금까지 남아 있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요즘 들어 인천의 오래된 주거 지역들이 빠르게 재개발, 재건축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더 강하게 들고 있어요.



소장님께서 소망하시는 앞으로의 인천은 어떤 모습인가요?

요즘 분위기를 보면 인천도 아파트 단지로만 만들어진 도시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 같아요. 그런 도시는 매력 없고, 재미없는 도시로 느껴져요. 그래서 저는 분당, 일산, 판교 등 비슷비슷한 모습의 신도시에 정이 잘 안 가는 것 같아요. 다양한 시대를 담고 있는 인천은 각기 다른 시대를 보여주는 오래된 것들이 새로운 것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도시가 되어 더욱 오래 이 모습으로 남았으면 하는 하는 바람입니다.



사람들이 소장님과의 여행에서 무엇을 경험하기를 바라시나요?

인천이 가진 장소성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여행이 되었으면 합니다. 조선 말기부터 산업화 시기를 지나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가 걸어온 길을 간접으로나마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기회가 되면 추가로 소개하고 싶으신 인천의 다른 장소나, 인천 외 다른 지역이 있으신가요? 간단한 이유와 함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미군 기지들이 반환되면서 해당 지자체에서는 활용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거예요. 인천에도 미군 기지가 있었죠.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의 조병창(무기공장)으로 사용되던 곳에 미군이 주둔하면서 2019년부터 부평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던 캠프마켓의 반환 작업이 진행됐고, 마지막 구역이 올해 4월로 예정되어 있어요. 아직 일반에 공개되는 곳은 아니지만, 이전의 흔적들을 잘 남기고, 새것을 잘 입혀서 곧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고 하니, 이후 소식을 접하시면 한 번 와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글/사진. AROUND trip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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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건축가이드와 함께 떠나는 이야기가 있는 여행에 앞서, 가이드로서 함께 여행하며 도시건축 이야기를 들려줄 전문가 분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