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수원 행궁동에서 거주하면서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는 건축가이자 주민, 강현규입니다.
주로 구도심 협소부지에 협소주택을 설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조금이나마 구도심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먼저 수원 도시건축여행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세계 문화유산인 수원 화성과 그 성곽으로 둘러싸인 성곽마을 행궁동에는 그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번 수원 도시건축여행에서는 변화된 도시의 모습을 살펴보면서 도시재생의 가치를 되짚어 보고, 도시재생의 궁극적인 목표인 ‘지속발전 가능성’의 방향을 함께 고민해 볼 예정입니다.
수원화성과 성곽마을(행궁동)을 소개하고자 결정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어린 시절 수원화성 담벼락 위에서 뛰어놀던 것이 너무나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어서 그 추억을 아이들에게도 공유하고자 이 마을에 들어와서 살게 되었습니다. 제 아이들도 아파트 주차장이나 놀이터가 아니라 성곽으로 둘러싸인 팔달산 안에서 맘껏 뛰어놀았으면 하는 마음이었죠.
이런 정서를 다른 분들과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수원화성과 성곽마을(행궁동)을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그 마을의 정서를 전달할 수 있는 옛 고건축과 도시재생의 어휘들을 둘러보고,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수원과 행궁동이 가진 도시 건축적 매력은 무엇인가요?
수원은 수도권의 대도시이면서 곳곳에 옛 도시 형태의 흔적이 남아있는 보기 드문 구조를 가진 도시입니다. 수원화성 성곽과 수원역에서 팔달문 방향으로 이어지는 신작로 도로변에 남은 근현대 건축물들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옛 모습부터 근현대사의 모습까지 긴 역사를 담고 있는 수원은 일상 속에서 도심 속 문화유산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행궁동은 이러한 역사, 문화유산과 실제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주거지가 어우러져 있는 마을이기 때문에 남다른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도시재생 관련 이슈와 함께 행궁동에 그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소장님께서 소망하시는 행궁동과 수원은 어떤 모습인가요?
행궁동은 현재 행정과 지역민의 노력, 그리고 도시재생 바람으로 인해 방문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습니다.
수원 성곽의 수려한 경관과 아기자기한 골목의 정취가 청년들의 뉴트로 감성과 맞물려 상권이 급성장했고, 외부에서 유입된 상권들로 인해 행궁동의 임대료 및 지가는 몇 년 전의 배 시상으로 치솟았죠. 이에 기존에 마을을 가꿔나가며 가게를 운영하던 소상공인들이 임대료 부담으로 자리를 떠나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내줘야 하는 상황도 있었어요.
가장 큰 문제는 너무 많은 주택들이 근생시설로 용도변경 되어가는 현상입니다. 수없이 많은 카페가 들어온 만큼, 그곳에 살던 주민들이 빠져나갔고, 이로 인해 주택이 주택으로서의 가격이 아닌 상업 용도의 가격으로 매겨져 주거를 위한 새로운 주민의 유입이 어려워진 것이죠. 예전 구도심은 낙후된 환경으로 인해 마을에서 아이들의 모습이 사라져갔다면, 이제는 정반대의 이유로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행궁동은 정말 살기 좋은 마을이에요. 그런데 주민들은 사라져가고 상인들과 방문객들로만 가득 찬다면 더 이상 마을이라는 명칭을 붙일 수 있을까요? 자본과 정치적인 논리에 밀려 수원이 가진 풍부한 역사, 문화유산과 그 안에서 이어온 주민들의 삶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며,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행궁동 마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이 소장님과의 여행에서 무엇을 경험하기를 바라시나요?
우선, 수원화성 성곽과 행궁동 마을을 거닐며 옛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낙후된 구도심 주거지가 활기차게 변모된 도시재생의 성과를 경험하는 것이 1차적인 목표겠죠. 그 과정에서 단순히 겉모습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도시재생에 대한 궁극적인 목표와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경험이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1) 수원화성과 성곽에 둘러싸이고, 구도심 상권과 연계된 ‘주거지’로서의 행궁동을 도시재생해야 된다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2) 새로 유입되는 상권들과 방문객들, 그리고 기존의 소상공인과 주민들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주말이면 구도심의 좁은 마을 길은 쏟아져 들어오는 방문객들의 차량들로 뒤엉키고, 결국 대문 앞까지 무분별한 주차 자량들로 주민들이 멀쩡한 대문을 두고 빙 돌아나가고 있어요. 월요일 아침이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쓰레기와 음식점에서 뿜어대는 기름때로 길이 검게 물들기도 합니다. 성공한 도시재생의 성과물의 혜택이 과연 누구에게 가고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면적인 행정 정책과 치적을 위한 성과물로써 마을이 이용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높은 가격의 부동산 매매를 조장하는 업자들이 성장한 상권을 빌미로 마을을 휘젓고 있지는 않은지. 이 같은 상황은 비단 행궁동만이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는 도시재생 대상지들의 이면일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자본과 개발 논리에 밀려 수많은 마을이 밀려 사라지고, 아파트와 상가들로 가득한 세상이 되어가는 요즘. 도시재생 정책을 통해 마을의 생명을 유지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또 다른 자본에 희생되지 않고 주민들의 공동체적 삶이 지속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글/사진. AROUND trip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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