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방촌 도시건축가이드 소개 1편에서는 해방촌을 어제와 오늘을 기록해나가는 마을기록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쉬이 잊힐 수 있는 마을의 순간들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록하며, 애정을 쏟는 이들 덕에, 해방촌의 내일은 더할 나위 없이 밝아 보인다.

이제 여행 이야기로 넘어가 허길수 소장 & 심수림 대표와 함께할 해방촌 도시건축여행은 어떤 여행이 될지 그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다.



마을기록단 이야기를 들어보니 도시건축여행 안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들인 것 같습니다.

– 심
네, 맞아요. 주변을 기록하는 아이템을 하나씩 잡고 여행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가 사용하는 방식 중에 우리 마을에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리 들을 모아 소리 지도를 만드는 게 있는데, 이런 식으로 그 장소, 그 동네에서만 듣고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기록해본다면 다채로운 결과물들이 나올 것 같아요.



​해방촌 도시건축여행의 메인 테마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해방촌 도시건축여행의 메인 테마는 ‘과거로의 여행’입니다. 여행 설명을 위해 해방촌의 이야기를 잠시 풀자면, 해방촌은 해방 이후 월남민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던 집성을 말합니다. 다른 지역에도 있지만, 용산 해방촌은 그 시작점이 북한 선천 군에서 일종의 공동체 집단이 넘어와 이룬 군락으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다른 해방촌들과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해방촌에서 대표적인 장소성을 가진 신흥시장 인근 지적도를 보시면, 1961년, 2010년, 그리고 지금까지도 필지 변화가 거의 없어요. 사대문 안에서 이렇게까지 필지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것은 그만큼 과거의 모습이 남아있다는 거거든요.

_선천군민회 군락
_신흥시장 입구


해방촌은 2015년 도시재생사업으로 변혁기를 맞으면서 과거를 간직한 해방촌의 땅은 유지된 채 현재가 섞여 지금은 묘한 매력을 풍기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때문에 아마 해방촌 도시건축여행은 건물이나 마을을 전체적으로 보기보다는 마을 곳곳에서 이런 변화 포인트들을 쉽고 재미있게 짚어주는 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그럼 해방촌이 가지고 있는 도시건축적 매력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도시는 보통 유기적으로 변화하고, 성장하곤 하는데, 저희가 처음 만났던 해방촌은 과거에 시간이 멈춘 듯한 모습이었어요. 해방촌은 도시재생사업을 거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거든요. 그 과정에서 마을에 잘 녹아든 부분도, 그렇게 못한 부분도 있지만, 그 차이와 조화를 찾아보는 재미가 해방촌이 가진 도시 건축적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일부러 만들어낸 마을이 아니라 골목 어귀에 오순도순 앉아 이야기를 나누시고, 친근하게 다가와 주시는 어르신들이 계신, 있는 그대로의 마을이라는 것도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 심
저는 해방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 질문을 자주 받는데, 답변하면서 항상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나와 같은 경험과 시간을 보낸다면, 어떤 마을에서든 이 정도 매력은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였어요. 그 마을이 저희에게는 해방촌이었던 거고, 감사하게도 시간적, 상황적 여건들이 만들어져서 해방촌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_과거 해방촌 모습에 대한 기록 (출처. 해방촌 마을기록단)
_해방촌의 현재 모습



사실 그 당시에는 아는 사람들한테만 매력적인 곳이었어요. 그 자체만으로도 정말 좋았는데, 변화하면서 여러 이벤트를 갖게 되어서 그 당시와 지금의 도시적인 매력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 심
네 맞아요, 구태여 소문 내지 않고 나만 알고 싶은 곳이었죠. (웃음)

덧붙여서 개인적으로 느꼈던 매력을 이야기해 보자면, 제게 크게 다가왔던 부분은 해방촌에 먼저 자리 잡고 계셨던 분들이었어요. 해방촌은 접근성에 비해 지가가 낮게 형성되어 있어서 가지각색의 특이한 에너지를 가진 분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거든요. 그분들을 보면서 ‘아, 이 마을에서는 내가 해보고 싶었던 활동을 함께할 동료들을 만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기대를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실제로 해방촌에 정착한 뒤에 다양한 분들과 ‘마을기록단’이라는 이름으로 마을의 자원과 매력을 여러 사람들의 눈으로 볼 수게 되었고요.


​소장님과 대표님의 이야기로 조금 넘어가 보겠습니다. 건축가로서 실천하고 있는 사회적 가치, 역할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사회적 가치나 역할이라고 하니 거창하게 들리지만, 저희는 건축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레 사회적 단체와 연결되고, 누군가에게 긍정적 영향이나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아요. 학창 시절부터 집짓기 봉사활동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던 것이 제 롤에 영향을 주어서 지금까지 이어오게 되었고요.

축가가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 규모가 크건 작건 모두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꼭 엄청난 영향력이 아니더라도 좋은 취지로 작은 변화를 실천하는 건축가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죠. 어린이 건축학교나 노후 밀집 지역 개선 등 여러 활동을 하고 있고, 하려고 하지만, 사실 제 욕심만큼 다 하기는 힘들어요. (웃음) 생계를 유지하면서 해나가야 되기 때문에 8 대 2 정도로 맞추려고 해요.

– 심
저희가 우스갯소리로 일주일 안에서 종교활동을 하는 정도의 비중으로 이런 활동을 계속해온다고 하는데, 그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도 매일매일 즐겁지만 쫄깃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웃음)


담장을 조금 꺾어서 차량 통행에 도움을 준다든지, 주변 자연이 보이도록 담장에 틈을 주는 등 건축가로서 할 수 있는 작은 움직임과 배려들이 모이고 모이면 그게 좋은 공간, 좋은 마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이 두 분과 함께할 해방촌 도시건축여행에서 무엇을 경험하길 바라시나요?


건축물로서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변화 후에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부분을 확인하고, 받아들일 자세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도시적인 측면에서 변화가 건축물과 마을, 공간의 용도, 거주자에게 준 영향을 느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AROUND trip 에디터
자료. 어라운드 트립, 리얼랩도시건축사무소, 해방촌 마을기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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