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예술 그리고 도시재생

전주 도시건축여행 (4회차)

건축안내원 │고은설 / 별의별협동조합 대표
여행지 │전라북도 전주 일대
일시 │2022. 05. 21(토)
주최 │에이플래폼 x 어라운드


건축과 예술 그리고 도시

연간 1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을 불러들였던 대표 관광지 전주. 팬데믹 탓에 잠시 주춤했지만, 많은 이들이 다시 여행을 떠나고 있어 점차 본래 모습을 되찾고 있습니다. 어라운드 트립이 여행을 다녀온 지난 토요일 또한 3년여 만에 돌아온 활기로 도심 곳곳이 북적였습니다. 어느새 찾아온 초여름 햇살 아래 마스크 없이 색색의 한복을 입고 거니는 사람들을 보며 일상이 돌아오고 있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이러한 전주에서 우리가 여행 테마로 잡은 것은 관광지가 된 한옥마을 외의 부분들과 도시의 이면입니다. 전주 도시재생을 위해 활약한 별의별 고은설 건축 안내원님과 함께 일대를 둘러보며 건축과 예술의 결합이 일으킨 변화부터 한계점까지 느껴보았던 지난 시간을 전합니다.


가장 먼저 찾은 팔복 예술 공장은 25년간 방치되었던 공장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복합문화예술 공간입니다. 주민과 시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만들어낸 5원칙 덕에 팔복에는 예술 공간과 함께 주민들이 편히 머무를 공간들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조성 당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안내원님과 현재 팔복 A동의 안내를 담당해주시는 예술가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며 돌아보니 이 공간의 가치가 더욱 확실히 와 닿았습니다. 공장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한 참가자는 옛 모습을 간직한 공간에 예술이라는 영혼이 채워진 듯 건축과 예술이 한데 어우러져 보인다는 후기를 남겨주기도 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도시재생의 어두운 면도 함께 들여다보았습니다. 그 이야기의 중심이자 두 번째 여행 포인트인 중노송동은 1970~80년대 공설운동장 자리에 고급 주택들이 들어서며 생겨난 마을입니다. 기자촌 혹은 문화촌이라 불리며 골목 구석구석 저마다의 이야기로 가득 찼던 마을이지만, 아파트 재개발 열풍으로 인해 마을의 기억이 하나둘 지워져 가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중노송동을 둘러보기 전, 우리는 별의별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던 봉봉한가에 들러 그간 중노송동과 함께했던 안내원님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았습니다. 개발이 아닌 재생을 통한 마을 활성화로 잊혀졌던 공동체를 회복하고, 근현대도시문화를 보존하고자 공간을 다시 채워 나가고자 했다는 이야기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번에 돌아본 카페 봉봉한가와 사철나무집, 인봉집 등이 별의별 프로젝트의 산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중노송동은 아파트 재개발에 다시 시동이 걸려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실제 다시 찾은 중노송동은 이전에 보았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대문을 활짝 열어 주시던 어르신들도, 골목에 가득했던 활기도 없이 이리저리 쌓인 생활 쓰레기 더미와 함께 철거 직전의 집들만 썰렁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사랑했던 중노송동의 옛 모습은 재개발 구역에서 벗어난 인봉집 인근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크고 작은 마당과 저마다의 개성을 갖춘 집들이 있었고, 어르신들께서 우리를 반갑게 집 안으로 들이며 직접 가꾼 공간을 자랑해주셨습니다. 한 집, 두 집 들어가 동화처럼 펼쳐진 공간들을 느끼다 보니 이러한 집들이 사라지고 있음에 모두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주인의 개성이 드러나는 공간들은 서학동까지 이어졌습니다. 서학동은 슬럼화되어가다 예술가들이 자리를 잡으며 변화한 예술마을입니다. 작은 공간 안에서 예술의 한 조각을 선보이고 있는 서학동 사진관부터 예술가의 작업실까지. 마을 곳곳에는 눈을 뗄 수 없는 포인트들이 가득합니다. 특히 예술가 작업실에서는 오래된 공간을 저만의 방식으로 변화시켜 예술로 채운 모습에 모두 눈과 카메라를 바삐 움직였습니다.


이처럼 도시재생은 누군가의 움직임과 노력으로 일어납니다. 우리는 저마다의 결과를 맞이한 여행 포인트를 돌며 도시재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안에서 ‘이런 곳이 사라져서 아쉽다’, ‘이곳이 개발되는 것에 아쉬움을 갖는 것도 사실 우리의 입장에서만 생각한 것일 수 있다’ 등 여러 의견이 나왔습니다. 재생과 개발의 경계에서 어느 곳은 살아남아 우리와 함께 흘러가고, 어느 곳은 결국 기억 저편으로 사라집니다. 무엇이 맞고 틀린지는 정의할 수 없지만, 우리의 관심이 이어진다면 조금 더 좋은 결과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전주를 돌며 도시재생과 그 이면을 살펴보았던 이번 여행이 사라져가는 마을과 도시재생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일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글/사진. AROUND trip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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