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과 함께 바라보는 사색의 공간

김해&밀양 건축여행

건축안내원 │윤근주 건축가 (일구구공도시건축 건축사사무소)
여행지 │김해&밀양 일대
일시 │2023.11.18(토)

“사람, 그리고 공간이 바뀌어도 ‘같다’고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일어나는 역사적인 사건과 그 과정이 일어나는 공간…
그렇다면, 건축 고유의 역할은 과연 무엇인가? 고민을 해보게 됩니다.”


윤근주 건축가는 각 건축물을 답사하기 전, 참가자들과 고민을 공유하고 건축물을 감상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건축여행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찬 바람이 가득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건축여행을 함께하기 위해 많은 참가자가 모여 건축에 대한 각양각색의 대화를 나누기 바빴습니다.

첫 답사지로 방문한 밀양 월연정에서, 따뜻한 햇살과 함께 조선시대 고건축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형을 최대한 보존하고 활용하여 밀양강의 풍경을 어디서든 바라볼 수 있는 월연정에서, 참가자들은 윤근주 건축가가 들려주었던 ‘건축을 감상하는 방식’을 되새김하며 천천히 공간을 느껴보았습니다.


두 번째 사색의 공간으로 봉하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여름에 다녀온 김해 건축여행에서와 또 다른 분위기를 선사하는 듯했습니다. 깊고 넓게 비워진 대통령 묘역을 먼저 느껴보며, 건축가이드를 따라 자유롭게 묘역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고개를 숙여 박석을 보는 방문객은, 멀리서는 참배하는 숙연한 모습과 같아 보입니다.”

묘역을 둘러본 후에 건축가의 생각과 설명을 들어본 참가자들의 눈빛이 사뭇 달라 보였습니다.


“시민관과 대통령의 집을 둘러보고 난 후, 승효상 건축가와 정기용 건축가. 두 건축가의 공간은 일반인들에게 문턱이 낮고, 간결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건축여행을 계기로 처음 봉하마을에 방문했던 한 참가자의 감상은 건축가에 대한 감탄과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승효상 건축가의 ‘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은 도면과 함께 윤근주 건축가의 설명을 들으면서 다음 답사지와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새로 발견해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시민해설사의 가이드를 들으며 관람한 정기용 건축가의 ‘지붕 낮은 집’은 대통령과 건축가가 합심하고 함께 고민한 흔적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사색의 공간을 보기 위해 설렘 가득한 마음을 꾹 참으며 기다렸던 참가자들!
뉘엿뉘엿, 저물어 가는 석양을 바라보며 바쁘게 보냈던 일상을 잠시 잊은 채 각자의 방식으로 공간에서 사색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더욱 눈에 띄는 시간이었습니다.

순교자의 깨달음과 순례자들의 마음이 한데 모인 명례성지에서, 길고 긴 건축여행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혼자가 조금 두려웠는데 함께 했던 시간 동안 즐거운 대화를 많이 나눠서 외롭지 않고 좋았어요.”
“언젠가부터 ‘바쁜 일’이 되어버린 건축. 공간을 감상하고 느낌을 공유하는 시간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바쁘게만 일상을 흘려보내는 이들에게 가을의 끝 무렵에서나마, 그 아름다움과 휴식을 선사했던 지난 김해&밀양 건축여행.
풍경을 담은 공간을 음미하며 다채롭게 사색해 보았던 지난 건축여행의 시간을 전합니다.

글/사진. AROUND trip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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