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안내원 │성상우 건축가 (a0100z space design)
✔ 여행지 │거창&함양 일대
✔ 일시 │2023.9.23(토)
휴식과 수양, 교류의 공간 ‘정자亭子’
풍광이 수려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곳에는 언제나 우리의 전통 건축 ‘정자 亭子’가 있었습니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한 9월의 어느 날에, 성상우 건축가와 함께 떠난 거창과 함양 지역에서 살펴본 전통 건축여행! 문과 벽, 주인과 목적도 없이 자연에 열린 채 선조들의 지혜와 여유가 담긴 공간을 온 몸으로 즐기고 느꼈던 지난 건축여행의 시간을 전합니다.
‘좌안동 우함양’이라 불린 영남 선비 문화의 중심지, 함양. 우리는 옛 선비들의 풍류 문화를 살펴보기 위해 화림동 계곡을 따라 가장 먼저 ‘거연정’을 살펴보았습니다. 계곡을 따라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길목에 어디서든 차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던 건축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정자’라는 공간에 대해 더욱 면밀하게 관찰하기 시작한 참가자들!
“자연이란 ‘모든 것’이다. 우리도 ‘자연’이다.”
목적 없이 산과 물의 사이의 어느 한복판에 자리한 ‘그 어떤 정자’는 옛 선조들이 실천한 나눔의 문화를 보여주는 공간임을, 건축가의 말에 귀 기울이며 알 수 있었습니다. 화려하지 않고 간결한 전통 건축의 자태를 뿜어내는 화림동 계곡의 정자에서 직접 거닐고 찬찬히 뜯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접시에 물을 떠 놓은 것 같이, 그 안에 비치는 달을 담아내어 노닌다.”
계곡에 흐르는 달빛이 달을 희롱하는 듯 아름답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농월정’이다. 너럭바위에 앉아 시원한 계곡물을 만끽했던 참가자들은 어느새 정자의 한자리에 모여 건축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자연을 가득 담아낸 이 정자에서 ‘하나가 되는 방식’에 대한 공간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수승대의 양쪽에 위치하는 요수정과 관수루. 우리는 관수루에 먼저 들어가 전통 건축에서 기능이 더해진 경계의 활주는 어떤 것인지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공간의 경계가 되어주는 대문은 단순한 ‘경계’로서의 역할이 아닌, 그 켜가 공간의 깊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며 한국 전통 건축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지였던 일두 정여창 선생의 고택. 들어가는 대문은 크게 몸이 나뉘었지만, 이것을 보고 건축가는 ‘마음이 하나다’임을 보여주는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솟을대문을 지나 아담하게 등장한 사랑채의 마당에서 우리는 그 시작을 알렸습니다.
“마당은 모든 것이 일어나는 ‘행위의 장’이다.”
낮은 담으로 둘러싸인 집에 고개를 내밀면 바로 보이는 마당이 또 하나의 풍경이 되며 동시에 공간을 감싸주는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담과 마당, 기둥과 문으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한국의 전통 건축이 무한한 변형이 가능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파 분당의 본거지였으나 지금의 도서관이자 출판사와 같은 조선시대 교육의 핵심공간이었던 서원. 단차를 두어 공간의 위계를 자연스럽게 나누었고 참가자들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사당에서 그 이야기의 마무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열정적으로 설명해주신 성상우 건축가의 이야기를 따라 거닐던 각기 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정자의 모습에, 참가자들은 점점 더 귀를 기울이고 열심히 기록을 남기고 있었습니다. 하루에 가까운 시간을 함께한 거창&함양 건축여행 참가자들! 이번 건축여행을 통해 참가자 모두, 선인들의 교육과 수양, 휴식과 담론의 기능을 수행한 독특한 전통 건축을 엿보며 역사 속 풍류와 이야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간직하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글/사진. AROUND trip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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