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마을 기록

해방촌 도시건축여행 (4회차)

건축안내원 │심수림 건축가 (건축사사무소 리얼랩 도시건축 실장, 우리 마을 기록단 대표)
여행지 │서울 용산구 해방촌 일대
일시 │2023.9.22(금) 16:00~19:00

옛 모습을 간직한 건물과 이곳을 채우는 예술가들, 루프탑을 갈망하며 형성된 개성 가득한 가게들이 모여 있는 남산 아래 첫 마을, ‘해방촌’.
광복과 함께 월남한 이들과 해외에서 돌아온 사람들, 그리고 피난민까지 모인 이곳의 시작은 전쟁과 가난이라는 아픔이 존재했습니다. 이주민에서 원주민이 된 이들은 시간이 흘러 상권이 확대되자 겨우 정착한 해방촌에서도 밀려나게 되었습니다. 이에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유지와 유입의 균형을 맞추며 해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해방촌 건축여행에서는 참가자들 모두가 ‘일일 마을 기록단’이 되어 ‘해방촌의 오늘’을 남기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심수림 건축가와 함께 도심을 거닐며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킨 해방촌의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기록하여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배운 여행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 108계단
△ 108계단

일제강점기 당시 전몰장병 추모를 위해 조선인들이 강제 동원하여 지었던 ‘경성 호국 신사’참배길. 해방 후 마을이 형성되며 경성 호국 신사는 사라지고 남은 108계단은 주민들의 생활 속에 정착한 길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어두웠던 역사의 잔해로 남은 네거티브 문화재에 대한 접근 방식의 고민을 참가자들과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 선천군민회 군락
△ 선천군민회 군락

“땅이 가지고 있는 질서, 이야기는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5평의 공간이 모여 만들어진 실향민 마을. 전쟁의 아픔 속에서 월남한 이들이 당장의 생활을 위해 마련했던 작은 공간이 모여 하나의 군락으로 형성된 곳을 방문했습니다. 겹겹이 덧대어진 지붕을 살펴보며 당시의 삶이 얼마나 고달팠는지 짐작해 볼 수 있었습니다. 펴 붙인 깡통부터 나무판자, 슬레이트까지, 군락의 지붕에는 그간 주민들의 세월이 쌓여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 신흥시장
△ 신흥시장
△ 신흥시장

해방촌 주민들에게 신흥시장은, 마을 아래까지 내려가는 수고를 덜어주고 고향을 그리워하던 이들을 위해 이북식 국수를 팔던 없어서는 안 될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점차 쇠락한 신흥시장은 해방촌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활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기존 건축물이 가진 한계와 복잡한 지형, 상인들의 요구사항 등 여러 제약 속에서도 구조적인 접근으로 해법을 찾아낸 신흥시장을 함께 걸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심수림 건축가와 함께 일일 마을 기록단이 된 참가자들은 거창한 방법이 아닌 소소한 방법으로 도시를 기록하고 지역을 읽으며 기억하는 방법을 배워보았습니다. 해방촌 건축여행을 통해 변화 속에서 ‘우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즐겁게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글/사진. AROUND trip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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