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건축캠프

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식민지 국가들은 자신들만의 문화로 이루어진 나라를 세운다는 ‘독립’이라는 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싱가포르만은 예외였습니다. 당시 싱가포르 총리였던 리콴유는 말레이시아 연방으로부터의 독립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1964년 말레이계와 중국계 주민 사이에서 발생한 충돌로 인해 싱가포르는 원하지 않은 독립을 당했고, 영국 식민지 때 개발된 항구시설 외에는 상당 부분이 미개발 상태의 늪지대나 농경지로서 이렇다 할 부존자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독립을 당할 당시 리콴유 총리는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싱가포르 정부는 독립 이후 사회적 불안을 일으킬 수 있는 다민족, 다종교, 다문화 상태를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한 ‘빵과 서커스’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이때 1960년 설립한 주택개발청(HDB)이 국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던 공공주택은 시민들에게 빵과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주택정책이 국민의 불만을 일시적으로 잠재울 수는 있었지만, 여전히 강한 결집력을 이끌어 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고민 끝에 리콴유 총리가 찾은 서커스는 바로 ‘스펙터클(Spectacle)’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결과물이 1972년 싱가포르 어귀에 국가 상징물로 세워진 ‘머라이언(Merlion)’입니다. 머라이언 이후 싱가포르 정부가 찾은 또 다른 스펙터클은 ‘건축’ 입니다. 하지만 초기에는 외국 건축가들이 이식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스펙터클이었죠.

독립 후 두 세대가 지난 지금, 싱가포르에는 외국 건축가들이 해석한 싱가포르의 정체성과 자국 출신 건축가들이 정의한 국가적 정체성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지난했던 역사와 가난을 극복하기 위한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 그 바탕 위에서 이룩한 찬란한 건축의 풍경. 싱가포르 건축여행을 통해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공존하는 건축부터 열대 자연과 조화를 추구하는 친환경 건축, 그리고 무엇보다 싱가포르 건축가들이 찾아낸 ‘싱가포르 스러운’ 건축을 만나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