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_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44 쌈지길
용도_문화 및 집회시설
규모_지하 2층, 지상 4층
설계_최문규
수상_2005 서울특별시건축상 은상, 2005 한국건축문화대상 준공부문 특선
운영시간_10:30~20:30 (명절 당일 휴무)
모든 것이 급성장하던 격동의 시기에도, 지금도 서울은 모든 성장의 중심에 서있다. 도시의 성장은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좁은 골목은 하나의 큰 도로가 되고, 나지막하던 건물들을 하늘 높이 솟은 거대한 건물이 대신한다.
성장을 겪으며 서울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곳곳에는 여전히 옛 모습을 간직한 곳들이 남아있다. 특히 서울의 심장부, 인사동은 옛 모습을 간직할 뿐 아니라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알리며 외국인들이 꼭 찾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인사동과 함께 호흡하는 공간
인사동의 명성에 큰 역할을 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쌈지길이다. 쌈지길은 재개발될 위기에 있던 인사동길의 열두 가게를 살려 품어낸 공예품 전문 쇼핑몰로, ‘쌈지’라는 이름대로 하나의 주머니가 되어 기존 열두 가게 포함, 총 70여 개의 작은 상점을 담고 있다. 한 덩어리가 아니라 아니라 작은 가게들이 오밀조밀 모여 만들어 낸 공간이기 때문에 인사동길에서 가장 큰 규모를 가지고 있음에도 위압감 없이 거리에 녹아들어 있다.
한국의 전통, 문화가 담긴 건축물의 경우 기본적인 베이스는 대개 한옥이 되곤 한다. 한옥만의 장점과 특성을 잘 살려 지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한옥의 형태만을 가지고 오는 경우가 허다하여 건축적으로는 혹평을 받기도 한다.
쌈지길 또한 역사환경지구에 위치한 탓에 당연하다는 듯 한옥이 거론되었다. 그러나 최문규 건축가는 인사동의 특성을 제대로 읽고, 그에 순응하여 건물을 설계하고자 했다. 한옥 형태에 집착하지 않고, 오랜 세월 공예품 상점이 자리를 지키던 거리의 모습에 초점을 둔 것이다.
인사동을 잇는 또 다른 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쌈지길은 ‘길’의 역할을 한다. 출입구 뿐 아니라 건물 좌우의 골목을 통해서도 출입할 수 있도록 하여 건물 전체가 길과 연결된다. 단순히 길 모양의 건물이 아니라 길을 수직적으로 연장하여 건물로 끌어들인 것이다.
이 때문인지 쌈지길을 찾은 사람들은 인사동길을 따라 계속 걷는 듯한 느낌에 이곳을 건물이 아닌 인사동길의 일부로 여기기도 한다. 사람들이 걸을만한 길을 찾아 인사동을 찾아온다는 점에 착안하여 길을 연장하고자 했던 건축가의 의도와 그 성공적인 결과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사람이 안정적으로 걸을 수 있는 경사는 1/12부터이다. 1m의 경사로를 오르기 위해서는 12m의 길이 필요한 것이다. 쌈지길은 두 배 이상 완만한 1/25 정도의 경사로가 둘러져 있다. 1층의 ‘첫 오름길’부터 4층의 ‘네 오름길’까지 네 개 층을 올랐을 텐데도 모두 힘든 기색 하나 없는 이유이다. 계단 혹은 가파른 경사로이었다면 사람들의 발길이 4층의 상점까지 닿기는 쉽지 않았겠지만, 완만한 경사 덕에 산책하듯 옥상의 하늘정원까지 오를 수 있는 것이다.
각 층 경사로의 길이는 조금씩 길거나 짧다. 중정인 ‘쌈지마당’을 중심으로 빙 둘러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위치에서는 공간이 깊고 좁아 보이고, 또 어느 부분에서는 공간이 얕고 넓어 보인다. 긴 마름모꼴로 길이 둘러진 덕에 원근법이 크게 작용하여 한 공간에서 다양한 뷰를 경험할 수 있다.
불가피하게 국내외의 여행이 제한된 지난 1년 반 동안, 여러 국가의 언어가 들리던 인사동 거리는 눈에 띄게 한산해졌다. 이제 관광보다는 과거 인사동을 찾았던 이들이 추억을 되새기기 위해 다시 찾는 비중이 더 커져가고 있을 정도이다. 어릴 때 엄마와 왔던 곳을 성인이 되어 친구와 찾기도 하고, 친구들과 왔던 곳을 아이의 손을 잡고 다시 찾기도 한다.
이제 인사동과 쌈지길의 전성기는 지났다고 하지만, 고유한 가치와 이곳에 담긴 수많은 이들의 추억에는 변함이 없다. 바쁜 생활에 지칠 때 잠시 들러 길을 따라 걸으며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해 보면 어떨까.
여행 포인트
* 인사동길과 이어져 걷기 좋은 길
* 가볍게 걷기 좋은 경사로
* 층층이 달라지는 뷰
* 다양한 장르의 공예 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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