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안내원 │박정연 소장 (그리드에이 건축사사무소)
✔ 여행지 │경상북도 영주 일대
✔ 일시 │2022. 5.14(토)
손으로 즐기는 전통건축
우리 전통 건축을 돌아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도시 영주. 지난 세월 겪어 온 역경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역사적 산물들이 지켜진 덕입니다.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킨 사찰부터 조선의 내일을 밝히던 서원, 비슷한 듯 각기 다른 모습을 가진 고택 등 다양한 규모와 용도의 전통 건축을 돌아보며 종이에 담아보았던 우리의 여행 이야기를 전합니다.
지난 겨울 진행된 1회차 여행에 이어 다시 찾은 소수서원은 눈에 들어오는 모든 자연이 싱그러운 봄날을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여린 잎으로 가득한 나무와 산, 푸르게 빛나는 하늘, 그리고 그에 맞춰 한결 가벼워진 참가자들의 옷차림이 봄을 더욱 실감케 했습니다.
소수서원은 유생들이 자연을 벗 삼아 학문을 익히던 공간입니다. 다른 여타 서원들과 달리 자연의 흐름에 따라 배치된 덕에 자연의 품 안에서 수려한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터의 의미부터 각 건물의 위치, 높낮이까지. 가이드님의 이야기를 통해 작은 부분까지도 유교무류와 선례후학 정신을 따랐던 우리 전통 건축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함께 거닐며 공간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본 뒤에는 스케치 여행인 만큼 각자 마음에 드는 부분을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따스한 햇살 아래 서원 곳곳에 자리를 잡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획을 그어나가는 우리의 모습에 지나는 이들도 잠시 발길을 멈추곤 했습니다.
두 번째 포인트로 찾은 부석사에서는 전통 건축 비례미의 백미라 불리는 명성에 걸맞는 웅장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연 속에서 고유한 방향성과 의미를 가지는 축이 우리를 부석사의 종점이자 극락 무량수전으로 이끄는 듯했습니다. 중요 포인트마다 멈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시는 가이드님 덕에 짧지 않은 거리였음에도 부석사의 축, 그리고 그 끝의 안양루와 무량수전이 가진 의미를 새기며 오를 수 있었습니다.
무량수전까지 오른 뒤에는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부석사의 모습과 이미 누가 그려놓은 듯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 산자락에 너나 할 것 없이 스케치북을 펼쳐 들었습니다. 스케치에는 정답이 없기에, 부석사의 전체적인 모습을 그리기도 하고, 올라왔던 길을 거슬러 내려가 눈여겨보았던 부분을 그려내기도 하며 저마다의 방법으로 이 순간을 담아냈습니다.
송석헌 고택은 한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2층 구조 덕에 사진 한 장으로도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고택입니다. 이같은 이유로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곳임에도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하는 포인트가 뭔가요?’라는 질문을 건넸을 때 부석사와 비등하게 언급된 곳이기도 합니다.
수년 전, 이곳을 방문한 가이드님이 당시 후손 되시는 어르신께 들었던 집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마당, 돌계단 위, 안마당 등을 차례로 둘러보니 당시의 모습이 상상되기도 하고, 중정이 있는 ㅁ자 배치와 형태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고택을 향한 흥미는 마지막 여행 포인트인 무섬마을까지 이어졌습니다. 물 위에 떠 있는 섬과 같다고 하여 ‘무섬’이라 이름 붙여진 이곳은 38동의 전통가옥이 남아있는 마을입니다. 대부분이 전통가옥으로 이루어진 덕에 어느 골목, 어느 집 앞에 서도 전통 건축의 위엄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포인트로 둘러보았던 해우당, 만죽재 고택 뿐 아니라 16동가량의 조선시대 후기 사대부 가옥이 남아있어 전형적인 양반가의 형태를 확인해볼 수 있었습니다.
여행의 마무리는 어김없이 무섬마을의 상징인 외나무다리가 장식했습니다. 조심조심 다리를 건너며 함께 온 친구와 추억을 남기기도 하고, 여행을 통해 처음 만나 하루를 함께한 이들과 아쉬움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하루 동안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전통건축을 만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스케치에 한 발짝 다가섰던 이번 여행이 오래도록 모두의 마음에 남기를 바라봅니다.
글/사진. AROUND trip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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