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허물고 모두에게 열린 건물

그라운드 시소

최근 ‘요시고 사진전’을 개최하며 많은 사람들이 찾는 건축물이 있다. 바로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그라운드시소이다. 한적한 골목 사이 고즈넉한 자연 정원을 품고 있는 건축은 ‘통의동 백송 터’옆에 위치해 있다. 건축사사무소 SoA의 두 건축가는 건물과 백송과의 관계를 설정하면서부터 설계를 시작했다.

백송 터와 연결되는 작은 정원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백송이 서 있던 이곳. 하지만 1990년 돌풍으로 나무가 쓰러지고 이제는 터만 남아 있다. 백송 터를 보고 땅을 결정했다는 건축주. 백송 터가 소중한 것은 건축주뿐 아니라 동네 주민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동네의 정체성이 된 백송 터에 열려있는 1층의 야외정원은 동네 주민과 외부인들도 자유롭게 오가며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이다. 1층에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골목과 쉬어갈 공원을 만들어낸 시도는 도시적으로도 반길만한 부분이다.

사각지대를 전시공간으로 활용한다면?

내부 전체를 전시공간으로 사용하는 그라운드 시소에서 눈여겨본 점이 있다. 하나는 전시 동선인데, 주로 전시를 보면 갤러리에서 의도하는 동선에 따라 관람객들이 움직인다. 효율적인 전시 운영을 위해 물 흐르듯 막힘없이 계획된 동선이 사용되는 이유다.

그런데 그라운드 시소의 전시 공간은 아트리움으로 비워지며 구석에 알코브와 같은 공간이 형성되어 있었다. 원래라면 외부 테라스로 나가기 위한 통로가 될 텐데, 내부를 둘러보는 전시 동선일 경우에는 흐름에 맞지 않는 사각지대로 남을 우려가 있다. 하지만 그라운드시소에서는 이곳을 각 층의 주제와 어울리면서 별도로 구성할 수 있는 체험하는 공간으로 꾸며 놓았다. 물론 사람이 많이 몰리면 정체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버려질 수도 있는 공간을 활용했다는 점이 더 눈에 띄었다.

전시공간에서 아트리움의 역할

그리고 여기서 아트리움 또한 맡은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두운 계단을 올라와 마주치는 전시의 시작에서 아트리움을 통해 관람객은 새로운 주제를 관람하기에 앞서 생각을 환기하게 한다. 그리고 층을 올라가며 아트리움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점차 확장하는 느낌을 준다. 1층의 정원과 백송 터에서부터 한 층씩 올라갈수록 동네의 풍경이 보이고, 최상층에 다다르면 인왕산을 배경으로 하는 풍경을 만나게 된다.

다양한 패턴의 벽돌 외벽

디테일에서 눈길이 가는 부분은 벽돌로 해볼 수 있는 모든 기법을 쏟아부은 듯한 외벽이었다. 구슬을 실에 꿰듯, 건식 공법을 통해 만들어낸 패턴은 마치 또 하나의 예술작품을 보는 느낌을 준다. 최상층에 올라가면 박공지붕으로 된 공간을 만나는데, 유리 박공지붕 건물 안 치장 벽돌로 마감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때문에 같은 전시라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빛이 변하며 다채로운 공간에서 전시를 즐길 수 있다.

이번 답사기는 그라운드 시소를 설계한 건축가의 말로 마무리한다.

백송 터 옆에 건축을 구상하는 과정은 하나의 단어로 설명하자면 ‘즐거움’이었다.

백송을 아끼고 가꾸던 사람들의 마음을 상상하면 즐겁고

그 마음을 짐작하며 터를 고른 사람을 생각하면 즐겁다.

또, 골목 한구석에 애처롭게 남아있는 그루터기를 새롭게 발견하고자 하는 생각과 만날 때 즐겁다.

결과적으로는 백송 터로 열린 길이 만들어졌고

백송을 기념하는 정원과 하늘로 열린 아트리움,

즐거운 골목의 감각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 건축사사무소 SoA